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76) 전 미국 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를 뽑기 위한 야권의 경선 레이스가 한층 치열해졌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77·버몬트)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69·메사추세츠) 상원의원 등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후보들은 벌써부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친기업 정치인으로 몰아붙이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출마 선언 이후 앞서 출사표를 던진 경선 경쟁자들의 날 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워런 의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기업 편이라고 몰아붙였다. 워런 의원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환영한다면서도 “바이든은 신용카드사 편에 섰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2005년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파산 신청을 까다롭게 만드는 파산남용방지 및 소비자보호법(BAPCA)을 지지한 이력을 파고든 것이다. 이 법으로 개인 파산신청이 까다로워져 빚더미에 빠진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고, 신용카드사가 잇속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파산법 전문가 출신인 워런 상원의원은 그동안 꾸준히 이 법의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의회 활동 경력이 35년에 달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BAPCA 외에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한 ‘글라스 스티걸법’ 폐지를 주장하는 등 친기업적 입법 활동을 펼쳤다. 훗날 그는 이러한 활동들이 실수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사회주의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샌더스 의원도 바이든 전 부통령을 기업 로비스트 편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5일 아침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몇시간 만에 로비스트의 집에서 열린 자금 모금 행사로 달려간 점을 비꼰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일 거대 미디어그룹 컴캐스트의 주요 로비스트 데이비드 코헨이 자택에서 연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샌더스 의원 측은 “우리는 기업 로비스트 집에서 열리는 자금 행사가 아니라 압도적인 숫자의 개인 기부를 통해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등장을 견제하는 이유는 그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정치매체 더힐이 이달 24일 보도한 모닝컨설트·폴리티코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 대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을 경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2%, 트럼프 대통령은 34%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성들과의 과도한 신체접촉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이 경선을 통과할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달 실시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와주는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대회(코커스)가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에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 조사에서 27%의 지지를 얻어 샌더스 의원(25%)을 꺾었다. 워런 의원은 9%로 3위에 올랐다. CNN방송이 지난 14~17일 민주당원 및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 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28%로 1위를 달렸다. 샌더스 의원이 20%로 2위였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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