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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 극우 '복스' 24석 얻어] 유럽 뒤덮은 극우…'프랑코 악몽'도 잊었나

카탈루냐 분리독립 등 정국 혼란

극우 복스 '민족주의 호소' 주효

1975년 민주화 후 첫 원내 입성

집권 사회당 123석 1당 됐지만

좌파세력과 연대해도 과반 미달

극우·극좌 약진에 연정셈법 꼬여





유럽을 뒤덮은 극우세력이 스페인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28일 실시된 총선에서 극우정당 복스(Vox)가 약진하며 ‘극우 무풍지대’로 불린 스페인에서 지난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원내에 입성하게 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은 의석 수를 늘리며 원내 최대 정당으로 도약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정부 구성을 위한 정파 간 연정협상과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집권 사회당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총선 승리를 자축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팔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연합뉴스


29일 AP·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99.9%까지 개표된 상황에서 29%의 득표율로 전체 350석 가운데 123석을 확보했다. 사회당은 현재 84석에서 39석을 추가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다.

이날 조기 총선은 지난해 6월 우파 국민당 내각을 중도 실각시키고 집권한 사회당이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소수내각이라는 한계에 계속 직면하자 산체스 총리가 고심 끝에 선택한 카드였다. 사회당은 산체스 총리의 승부수가 성공하며 제1당으로 약진했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해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됐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미래는 승리했고 과거는 패배했다”며 사실상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연정 구성을 위해 다른 정당들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34석을 차지한 제1당인 우파 국민당(PP)은 66석(16.7%)으로 의석 수가 반 토막 나면서 1989년 총선 참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밖에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당은 의석 수를 종전의 2배 가까이 늘려 57석(15.8%)을 가져갔고 급진좌파 포데모스는 42석(14.3%)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극우정당 복스의 가파른 세 확장이다. 복스는 이번 선거에서 10.2%의 득표율로 24석을 확보하면서 창당 5년 만에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이 하원에 진출한 것은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철권통치가 종식된 후 처음이다. 독재자 프랑코에 시달렸던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극우세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처음으로 하원에 입성한 극우파 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오른쪽). /마드리드=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복스가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카탈루냐 분리독립으로 스페인 정국이 들끓는 가운데 복스가 분리독립에 반대하며 민족주의에 호소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우파 국민당에 대한 보수 유권자들의 심판론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창당된 복스는 지난해 12월 안달루시아 지방의회 선거에서 12석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 총선 때 중앙 정치무대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의석 수를 확보하며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 대표는 “우리는 스페인을 재정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를 이뤘다”며 선거 결과를 환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으로 스페인 정치권의 우파 지형이 급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수십년간 스페인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국민당이 실각 이후 내분을 겪다가 중도·진보 성향의 신당인 시민당과 극우 복스의 약진 속에 지지층을 양쪽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아가 확실한 승자가 없는 이번 선거는 중도좌파와 보수당이라는 양대 정당이 권력을 분점하던 과거 유럽의 전형적 정치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양대 진영으로 나뉘던 정치 지형이 극우와 극좌 등으로 분열돼 전통 정당들의 표가 깎이면서 연정 구성의 방정식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정권 유지도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경우 사회당이 정권을 지키려면 다른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하지만, 좌파 정당 포데모스와 손을 잡아도 과반(176석)에는 11석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표방하는 정당들과 제휴하면 통합을 선호하는 우파를 자극해 또다시 정치적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총 3,70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75%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총선 대비 9.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분리독립 추진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카탈루냐 지방의 투표율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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