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9일 선거제 개편,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달라’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에 따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으나 한국당이 저지하면서 한밤 충돌로 비화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4당은 이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오후10시 이후로 예고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 등이 저지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후10시 이후 회의실을 수차례 바꾼 끝에 개의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한국당 의원·당직자 등이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회의가 매끄럽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여러 복병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 제안에 평화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는 이날 한때 삐걱거렸다. 하지만 평화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미래당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참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앞서 평화당은 수용 의사를 밝힌 민주당과 달리 ‘공수처 설치법을 별도 발의해 기존 공수처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는 바른미래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밝혔다. 단일안을 만드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두 안 모두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은 분란만 야기하고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의는 선거제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추후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 단일안을 만드는 것을 전제로 동참을 결정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후 논의 과정에서 농어촌지역 보완 조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며 “우리 당이 주장한 부분 가운데 공수처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여야 4당이 다시 논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기로 다른 3당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 과정에서 복병으로 작용한 것은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깜짝 카드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패스트트랙 4당 합의안 외에도 (최근 사개특위에서 사임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공수처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이미 사개특위에 제출된 공수처 안과 이 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것을 민주당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내 반발을 달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지난 24일 하루에만 오신환·권은희 의원 등 두 명을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임시켰고 이에 반발한 정개특위 위원인 김성식·김동철 의원은 25일 특위 참석 자체를 거부했다. 구체적으로 권 의원의 안은 판검사, 고위직 경찰의 기소 결정에 앞서 ‘기소심사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동물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며 청와대 국민청원도 빗발치고 있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22일 글이 등록된 후 이날 오후8시 현재 동의인원이 52만명까지 늘었다. 민주당 해산 ‘맞불’ 청원도 등장해 같은 시각 3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접속자가 폭주하며 국민청원 홈페이지는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이태규·김인엽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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