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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史, 상업영화에 새로운 큐 사인 되길"

■2일 개막 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복수는 나의 것' 등 26편 소개

"흥행 저조해도 영감 준 작품들

현 영화계에 건강한 자극줄것"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사진제공=최성열 작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는 100년에 걸친 우리 영화사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언급해야 마땅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특별전입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김영진(54·사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최근 경기도 용인의 명지대 자연 캠퍼스에서 만나 “당대의 상업적인 성패와 무관하게 현재의 주류 영화계에 자극을 줄 수 있을 만한 영화들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이 특별전을 기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화 전문지 기자를 거쳐 명지대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김 수석은 지난 2012년부터 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순응과 전복-현대 한국영화의 어떤 경향’이라는 제목의 평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오는 2~11일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펼쳐지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총 53개국의 영화 275편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간다.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화 100년 사업 기념추진위원회 등이 공동주관하는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섹션은 20세기 작품 12편과 2000년대 이후의 영화 14편을 소개한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2000~2010년대 작품 중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이명세 감독의 ‘형사’ 등이 눈에 띈다. 모두 개봉 당시에는 참혹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 들었으나 지금 봐도 굉장한 예술적 야심과 독창적인 결기로 똘똘 뭉친 작품들이다.



김 수석은 “2000년대 초중반은 메이저 제작사들이 리스크가 큰 기획이라도 잘만 만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섰던 시기였다”며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후대의 영화인과 관객에게도 깊은 영감을 던져 줄 만한 작품들이 그 당시에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900년대 영화사를 빛낸 작품으로는 고(故)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 임권택 감독의 ‘짝코’, 장선우 감독의 ‘꽃잎’ 등이 선정됐다.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사진제공=전주영화제 사무국


‘대안·독립영화 발굴’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답게 김 수석은 “올해도 의미심장한 사회적 의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다채로운 결을 지닌 장편 극영화들이 대거 상영작 목록에 포함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의 독립영화들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의 젊은 감독들은 고통받는 청춘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으려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며 “초청작을 선정하면서 획일적인 시선에서 탈피해 비록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워도 빛나는 젊음의 꿈을 보여주는 작품들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친 ‘삽질’, 재일 한국인 건축가의 삶을 돌아본 ‘이타미 준의 바다’ 등 흥미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다큐멘터리도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작품들이 앞으로는 시장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내면서 건강한 극장 문화 형성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주류 상업영화 시스템의 대안이 될 만한 영화를 발굴해온 전통은 꾸준히 지켜나갈 것”이라면서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 영화제 바깥에서도 주류 영화계를 긴장시킬 수 있는 확장성을 갖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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