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화성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용 신규 극자외선(EUV) 공장을 올해 완공하는 데 이어, 신규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평택에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이후 문 대통령과 함께 EUV동 건설현장 시찰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파운드리 사업부장)은 EUV동 건설 진척 상황과 관련해 “지금 진척률이 75%고 9월 달에 완공되며, 그때부터 설비가 들어가서 내년 2월 달에 양산이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정 사장에게 “다음 번은 평택에 지을 거죠”라고 물으며 평택에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 세계 시장을 석권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이 국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의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은 지난 2015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 참석 이후 약 4년 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EUV동 건설현장을 방문하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정 사장이 “20조 이상 투자해서 만드는 설비다”라고 설명하자 이 부회장은 “이거 짓는 돈이 인천공항 3개 짓는 비용입니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문 대통령은 정 사장의 설명을 듣던 도중 건물을 가리키며 ‘EUV 전용으로 만든 것이냐‘ ’건물 팹이 몇개 인지‘ 등을 물으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직접 안내한 이 부회장은 이날 “대통령께서 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반도체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말씀하시며 종합 반도체 강국의 비전을 제시하시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말씀하실 때,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 “생태계 조성, 상생에 대해서도 늘 잊지 않겠다”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게 개인적인 믿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참석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총장과 반도체 업계 관계자 등 280여명이 참석했다. 라온제나합창단의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등의 공연과 주제 영상 시청, 문 대통령의 연설, EUV동 건설현장 방문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라온제나합창단은 오산 지역 아동센터 학생들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진국으로 태어나는 나라는 없다. 시작부터 세계 최고인 기업도 없다”며 “정부도 분야별로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국민과 기업들이 과감하게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EUV동 건설현장 방문 이후 이 부회장의 등을 두드린 후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