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정신질환자가 자신을 돌보러 온 친누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 진주 아파트 사건 이후 불과 열흘 새 창원·칠곡에 이어 부산에서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끔찍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책을 세워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친누나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서모(5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달 27일(추정) 자신이 거주하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로 A(61)씨를 찔러 살해한 혐의다. 서씨의 범행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에 밝혀졌다. 서씨와 A씨가 함께 연락되지 않는 것을 염려해 서씨의 집을 찾은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센터 직원이 문이 잠겨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창문을 열고 서씨의 집으로 들어가 안방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긴급체포된 서씨는 현재 부산시립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서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경찰에 정상적인 조사를 할 수 없을 만큼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서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달 24일 30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왔던 동생을 돌보려고 전남에서 부산을 찾았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서 씨는 미혼으로 별다른 직업 없이 모친과 전남에서 살다 모친이 사망하자 2017년 부산으로 왔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수차례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며 최근에는 페트병으로 집 벽을 수차례 내려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안인득이 자신이 사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데 이어 창원에서는 조현병을 앓는 10대가 위층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달 25일 경북 칠곡의 한 정신병원에서는 30대 조현병 환자가 다른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 같은 정신질환 범죄가 잇따르자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1년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현병 환자를 격리해달라는 등의 다양한 청원이 266건이나 올라왔다.
김현정 정신과 전문의는 “국가가 가족에게 지나치게 조현병 환자 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나 여러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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