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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박진영 보세요, 사나가 왜 문제냐면"…日강제징용 피해자 손녀의 분노

군함도 징용 피해자 최장섭 씨 외손녀의 글

"'연호' 사용은 日군국주의 상징…느끼는바 없나"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돌그룹 트와이스 멤버 사나가 아키히토 일왕 퇴위에 맞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뒤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30일) 사나는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일본어로 짤막한 글을 남겼다. 사나는 “헤이세이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난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 많았습니다”고 썼다. 이어 ”‘레이와’라는 새로운 스타트를 향해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오늘을 시원한 하루로 만듭시다“라고 적었다.

이날은 1989년 일본 왕위에 올랐던 제125대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한 날로, 아키히토 일왕의 연호인 ‘헤이세이’ 시대가 막을 내린 날이다. 1일 나루히토 새 일왕이 즉위, ‘레이와’ 시대가 시작됐다. 일본에서 연호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화돼 있다.

일본 출신인 사나 역시 자신이 살던 한 시대가 저무는 것에 대한 자신 만의 소회를 밝힌 것으로, 이에 대한 논란 역시 “지나쳤다”는 반응이 다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안 좋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외손녀가 올린 글이다.

사나의 글이 논란이 되자 한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의 외손녀라고 밝힌 이가 “사나의 경솔한 행동에 책임지고 사죄하라”며 장문의 글을 박진영 프로듀서 앞으로 남기기도 했다. 최장섭 씨는 일제 강점기였던 1943년 16세의 나이에 군함도로 강제 징용됐던 인물로 20여 년 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강제징용 생활을 기록하고 알리는데 힘썼다. 최장섭 씨는 지난해 1월 부상과 지병으로 별세했다.

다음은 일본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최장섭 씨의 외손녀가 남긴 글 전문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박진영씨, 저는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최 장자, 섭자 씨의 외손녀라고 합니다. 이 댓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트와이스 멤버 사나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로 인해 박진영씨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아주 절박한 분노를 담아 이 댓글을 달아봅니다.

할아버지께서 별세하신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살아 생전 메스컴과 각종 행사에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꿋꿋히 알리시고 일본에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시며,

거동이 불편하신 몸으로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날조된 역사 아래 등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맨 몸으로 배에 올라타 끔찍했던 자신의 과거가 묻힌 군함도에 다시 다녀오시기도 했던 저희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현재 사나 씨가 올린 글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조차도 죄스러운 것이 제 심정입니다.

할아버지께 숙원처럼 남은 일본의 만행들은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나고 자란 시대에 대한 경의, 세대가 교체되었다는 쓸쓸함은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 가져야 할 감정입니다. 전범국 국민이 자랑스럽다는 듯 가질 감정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어린 10대였던 제 할아버지께서는 저와 박진영씨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치욕을 겪으셨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어떤 소녀들은 자신들이 그렸던 행복한 미래와 영원히 이별해야 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한국은 정체성을 잃고 이름을 잃고 가족을 잃고 한글을 잃고 땅을 잃고 곡식을 잃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군국주의란 그런 것입니다.

군국주의를 추앙하는 일본의 우익세력 때문에 미군정 아래 금지됐던 연호가 일본에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1979년 일본이 패망한지 34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아키히토 일왕(왼쪽)이 30일 일본 도쿄 지요다의 고쿄(皇居) 내 규추산덴(宮中三殿·궁중 3개 신전)에 퇴위를 고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일왕이 친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이어오고 있는 군국주의적 역사를 한국에서 프로듀싱하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낍니다.

제가 강제 징용 피해자분들을 대표할 순 없다 생각합니다. 제가 감히 할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드린 것은 단지 후손이란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저 또한 한 인간으로서, 수 많은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자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진영 씨께서 연습생들을 훈련시키며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인성이라 들었습니다. 바른 인성은 바른 도덕심과 바른 역사적 가치관을 가졌을 때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나 씨를 프로듀싱한 제작자로서 박진영 씨가 이번 일에 느끼는 바가 정말 단 하나도 없으신지 저는 묻고싶습니다.

몇 년 전 광복절 행사에서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손들이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저 잊지 않으려는 사람으로서, 박진영 씨께 간곡히 바랍니다. 아이돌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가르칠 것. 역사 위에 자본을 두지 말 것.

사나 씨가 한 경솔한 행동에 핵심 프로듀서, 소속사 창립자로서 책임지고 사죄할 것. 부디 박진영 씨가 올바른 소신을 가진 사람이길 믿겠습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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