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의 임명을 강행하며 체제 유지를 도모하려 하자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하태경 의원 등 4명의 최고위원은 “원천 무효”라며 즉각 발발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문병호 바른미래당 인천시당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최고위원들을 향해서는 “당의 화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 의원과 권은희 최고위원(19대 대구 북구갑 의원) 등은 최고위에 한달째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안철수계인 김수민 최고위원도 불참했다.
손 대표의 최고위원 임명 강행은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지도부에 힘이 실리자 바른정당계 및 일부 안철수계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당무 정상화를 시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지난해 9월 대표에 취임한 후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를 공석으로 둬왔다. 주 부의장과 문 전 의원이 최고위원에 임명되면서 이제 손 대표 측과 뜻을 같이하는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포함해 김관영 원내대표와 권은희(광주 광산구을 의원) 최고위원에서 주 부의장과 문 전 의원을 포함한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19대 의원) 등 3명의 최고위원이 보이콧을 지속해도 재적위원 과반 출석, 출석위원 과반 찬성이라는 의원총회 의결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최고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은 성명을 내고 “당헌 제23조 4항을 위반한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원회는 회의 정족수조차 미달한 상황에서 개최됐다”며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