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트랜스폼의 초융합 자동화 혁명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이 아니라 융합과 발산이 순환하는 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트랜스폼을 넘어 스마트 트랜스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가 아니라 지능화가 본질이다. 이제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기술의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면 당장 반론에 봉착하게 된다. 기술은 늘 융합해왔다. 어디까지가 3차이고 어디부터가 4차인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근본적 문제는 산업혁명을 기술혁명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산업의 본질은 생산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라는 점에서 산업혁명은 기술과 욕망의 공진화로 봐야 한다. 인간의 미충족 욕망을 기술이 가능하게 하는 시점에서 산업혁명이 진화해온 것으로 해석하면 그동안 풀리지 않던 산업과 일자리 문제 등이 설명되고 미래 인사이트가 제시된다.
1·2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 현실세계에서 기계와 전기기술로 인간의 생존과 안정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3차 산업혁명이 온라인 가상세계를 만들어 인간의 연결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4차 산업혁명은 온라인 가상세계와 오프라인 현실세계를 결합해 인간의 자기표현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개인화된 욕망의 충족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는 플랫폼으로 공통 욕구를 한계비용 제로로 충족하고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으로 개별 욕망의 저비용 맞춤 충족이 가능해진 것이다.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을 가능하게 한 지난 2008년의 스마트폰 기술과 AI를 실용화하기 시작한 2010년의 딥러닝 기술이 개인화 욕망 충족의 길을 열었다. 폭증하는 유니콘 기업의 대부분이 플랫폼과 AI에 기반하고 있다. 2008년 이후 10년 사이 전 세계 10대 기업은 플랫폼과 AI 기업으로 변모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기술과 개인 욕망의 공진화로 실존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O2O 융합은 현실을 데이터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폼과 가상의 데이터를 현실화하는 아날로그 트랜스폼의 양방향으로 구현된다. 3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디지털 트랜스폼은 융합의 기술이다. 데이터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융합하는 절대계이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에서는 AI가 주도해 예측과 맞춤이라는 4차 산업혁명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또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아날로그 트랜스폼은 발산의 기술이다. 현실세계는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분화되는 현상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터로 모든 차량의 위치정보를 모으는 디지털 트랜스폼 단계는 분명 융합이나 개별 차량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아날로그 단계는 발산이다.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는 생산성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공급 중심의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생산보다 소비의 역할이 증대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생산과 소비의 최적화가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의 지능화는 시간의 예측과 공간의 맞춤으로 인간 욕망의 최적화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기반하고 있다.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별 인간에게 꼭 맞는 생산과 소비의 최적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의 중심은 기업에서 소비자로 전환되고 있다. 대량 생산에서 맞춤 생산으로 산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생산은 융합되고 마케팅은 세그먼트를 넘어 개인화되고 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공장은 과거의 복잡한 제조 프로세스가 앱과 3차원(3D) 프린터와 봉제 로봇으로 통합돼 개별 주문 후 24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구조다. 드디어 생산과 소비가 융합하는 프로슈머와 소셜이노베이션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기업 전체가 분해되고 인간을 중심으로 재결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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