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예고된 가운데 한미가 이를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식량 지원을 통해 꽉 막힌 북미 대화판을 다시 움직이게 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식량 지원만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제반 상황을 고려해 주요국, 또한 국제기구들과 계속 협의해나가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조속히 집행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 단계에서 당국 차원의 식량 지원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지원은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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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는 8~10일 한미워킹그룹 회의차 방한하는 비건 대표가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 지원사업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미 간 대북 인도 지원 논의는 북한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전략이 변화했음을 암시한다고 진단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에는 나쁜 합의보다 안 하는 것이 낫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하지 않고 계속 개발하면서 ‘하노이 노딜’에 대한 인식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북핵 프로그램이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선에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기다리겠다는 미 측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북미 갈등의 핵심이 비핵화 방식에 있는 만큼 대북 인도 지원만으로는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 북한이 미국과의 교착 국면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북한이 인도적 지원만으로 대화를 재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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