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의붓딸이 신고 18일 만에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실시한다. 경찰의 늑장조사로 피해자가 보복 살해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경찰의 피해자 보호 조치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새아버지인 김모 씨가 전남 무안군 차 안에서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A양은 광주 동구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이전인 지난달 9일 A양의 친아버지는 김씨가 딸에게 휴대전화로 음란동영상을 보냈다며 성추행 혐의로 김씨를 신고했다. 올해 1월에도 김씨가 딸을 성폭행하려고 했다며 추가 신고했다.
이에 김씨가 A양이 자신을 성범죄 가해자로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되자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A양의 친모인 유모 씨도 김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인권위는 A양의 유족이 경찰의 늑장수사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경찰의 대응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경찰이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에 미흡했다고 볼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여성, 아동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일인 데다가 후유 피해가 우려되는 성폭력·가정폭력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고 봤다.
인권위 측은 “성범죄 피해 신고자 보호조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형사 절차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 및 지원시스템이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측면도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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