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관이 잘못된 수사와 재판으로 35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남편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한번 집행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게 바로 사형제도입니다.”(인혁당 사건 피해 유가족 측)
“고귀한 생명을 끊어놓고 살려준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사형제도가 있음으로써 살인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습니다.”(범죄피해자 가족 측)
사형제를 폐지하고 대체형벌을 도입하기 위한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진보·중도 성향의 헌법재판관의 가세로 사형제 폐지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가인권위회에서 관련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에서 ‘사형제 및 대체형벌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형제 피해자 가족 대표로 나온 이영교씨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250여명의 정치범이 사형을 집행했다고 들었다”며 “많은 분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 배상 판결도 받았지만 그분들은 돌아올 수 없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법원의 오판 가능성이 있는 데 비해 생명권이 한번 박탈되면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형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우 변호사는 “사형이 선택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반인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극악범죄로 한정하고 사회적 국가적 법익에만 관련된 각종 범죄의 경우 등에는 법정형에서 사형을 삭제하는 등 점진적 축소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범죄피해자 가족 측은 사형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장성환씨는 “사형제도가 있으면서도 20여년 동안 사형제도가 시행 안 됐다”며 “사람을 함부로 죽여놓고 (범죄자를) 살려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교 세종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오판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사형을 폐지하자고 주장할 일은 아니다”며 “사형제의 대체형벌로 논의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비인도적 형벌이다”고 언급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이같은 의식차는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인권위가 지난해 실시한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사형제 대체 형벌을 도입을 전제한 사형제 폐지에 찬성했다. 대체형벌로는 78.9%가 절대적 종신형을 지지했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9.7%는 사형제 유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의 형벌효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어 사형 존치를 찬성하지만 상황과 조건을 달리하면 변화될 수 있는 유동성을 보인다”며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에 가까운 형벌을 도입해 사형을 대체하도록 하면 시민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번 청문회 결과를 참고해 사형제도 폐지와 대체 형벌에 관한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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