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대북지원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곡물 생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충격을 견뎌야 하는 만큼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을 타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북한: 가뭄과 식량 불안’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18년 495만t으로 지난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한 인구의 41%인 1,03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로 확인됐다.
식량 문제가 심각해지자 자존감이 강한 북한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0)의 방북을 허용했을 정도다. WFP는 지난 3월부터 북한 식량안보 실태에 대한 긴급 평가에 착수했고 이달 중 평가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새 땅을 대대적으로 찾아 경지면적을 늘리자’ 제목의 사설에서 “새 땅 찾기 사업은 단순히 실무적 사업이 아니라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책동을 짓부수고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전진하는 사회주의 조선의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투쟁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지면적을 늘리는데 알곡 증산의 예비가 있고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있다”며 “풍년 낟가리를 높이 쌓아야 자력자강의 승전포성이 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곡식을 심을 수 있는 땅이라면 모조리 찾아내야 한다. 논둑, 밭둑, 포전(논밭) 사이의 빈 땅을 찾아 거기에 알맞은 곡식을 심어야 한다. 웅덩이를 메우고 논두렁에는 콩을 심고 인수로(引水路)에는 볏모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농민 1인당 1,000 포기의 곡식을 더 심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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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식량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북미가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북미는 과거 식량 지원을 약속하고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낸 전례가 있다. 2012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계획이 알려지면서 장거리 미사일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토대로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 북미는 세 차례 고위급회담을 거쳐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활동 중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에 따른 24만톤의 식량을 내용으로 하는 ‘2.29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유엔안보리가 1874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장 성명을 발표하자 북한은 즉각 2.29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사실 2.29 합의는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일치되지 않은 정치적인 목적이 강한 불완전한 합의였다. 실제 북한은 2.29 합의 이후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논의를 강조한 반면 미국은 북한의 위성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두고 당시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선을 치를 때까지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대북 식량 지원이 대화를 위한 협상의 모멘텀은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핵화 합의가 연계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또 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엄격한 제재 이행이 북한 주민에 대한 적법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은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보도들에 대해 알고 있으며, 유엔 결의(대북제재결의)는 북한의 식량 구매를 금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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