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은옥(사진) 퍼스트그룹 대표는 경호원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단어로 ‘끈기’를 꼽았다. 경호업계에 진출하고도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 인력이 늘면서 여전히 이 분야가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특히 대중매체에서 비친 미화된 모습만 보고 경호원의 길을 선택하는 데 대해 우려의 뜻을 표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하는 경호원의 삶이 실제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경호원은 퇴근시간도 정해지지 않은데다 근무시간도 길어 자기 시간도 보장이 안 되는 편”이라며 “경호 대상이 다양한 만큼 지방 출장은 물론 주말 근무도 잦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호과정에서 손가락을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며 “의뢰인을 혹시 모를 돌발상황이나 이에 따른 위험에서 지켜내는 직업인 터라 현장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스스로 직업의식이 없으면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다.
고 대표는 특히 “최근 후배들을 보면 결혼 이후 경호업계를 떠나는 사례가 왕왕 있다”며 “이는 경력이 단절되는 본인에게나, 경호업계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녀의 영역을 깬 베테랑 경호원 고 대표가 이 같은 조언을 하는 이유는 최근 경호업계 내 실상과 관련이 깊다. 그가 여성으로 경호업계에 첫발을 디딘 건 23년 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호업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머물고 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시대의 변화와는 달리 경호업계가 남성 전유물로 여겨지는 이유도 끈기 부족과 직업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고 대표는 “경호원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건 과거 어머니가 내게 해줬던 말씀”이라며 두 문장을 소개했다. “나쁜 것만 빼고 다 해보라고, 여자라서 못할 건 없다”는 게 어머니가 그에게 건넨 조언이었다. 이는 어린 시절 태권도를 시작할 때부터 처음으로 경호업계에 진출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 대표가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기도 했다. 어머니의 말씀이 ‘흙수저’였던 어린 시절 그로 하여금 포기보다는 도전을, 또 중도 하차보다는 끈기로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학업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1996년 경호업계에 발을 디딘 것도 사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뒤 이른바 ‘자투리’ 시간에 아르바이트에 나선 게 인생의 항로를 결정해준 셈이었죠. 이는 도전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경호업계 진출을 원하는 후배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외부 교수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기도 합니다.”
고 대표는 고려직업전문학교 경찰경호학부 특임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또 1일에는 경기도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 경찰사무행정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특강도 나섰다. 삼일공고는 전국 고등학교 가운데 최초로 경찰사무행정학과를 만든 곳으로 여학생 수가 26명에 달한다. 아울러 고 대표는 ‘여성 경호원 고은옥의 나우히어(NOWHERE)’에 이어 본인의 도전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서적 출판도 준비 중이다. 해당 서적이 도전을 두려워하는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됐으면 한다는 게 고 대표의 바람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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