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세 이상 어린이 403만명이 병·의원 외래진료를 받았는데 가장 흔한 10개 질환 중 6개, 진료인원의 62%가 호흡기·이비인후과 질환이었다. 급성기관지염(275만명)·편도염(100만명)·인두염(85만명)·상기도감염(81만명)과 혈관운동성·알레르기성비염(143만명), 급성축농증(94만명)이다.
◇10개 다빈도 질환 중 6개가 호흡기·이비인후과 질환=호흡기 질환을 뺀 10개 다빈도 질환 중에서는 4개 치과, 2개 안과 질환의 진료인원이 73%(각 52%, 21%)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치과 질환으로 진료받은 어린이는 젖니(유치)가 영구치로 교체되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흔한 치아발육·맹출(이돋이)장애 161만명, 충치 145만명, 충치·잇몸질환 등이 심해져 치아 뿌리 부분이 상해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수(齒髓)·근단(根端) 주위 조직의 질환 50만명, 잇몸병(치은염·치주질환) 45만명 등이다. 안과 질환은 근시·난시 등 굴절·조절장애 80만명, 결막염 79만명이었다.
기타 질환은 장염(위장염·결장염) 86만명, 화농성·상세불명중이염 46만명,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39만명, 두드러기 35만명 순이었다. 중이염은 감기·알레르기 등으로 인두·귀를 연결하는 관이 막혀 세균이 증식해 발생하는데 어린이 진료인원 46만명 중 72%인 33만명이 취학 전 아동(5~7세)이었다. 감기가 유행하는 환절기인 4월과 12월에 많이 발병했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여름철에, 장염(위장염·결장염)은 여름·겨울철에 많았고 결막염은 4월부터 9월까지 꾸준했다.
어린이 1인당 외래진료일수는 취학 전 아동 45일, 초등학교 저학년 28일, 고학년 20일로 나이가 들수록 짧아졌다. 1인당 질병·부상 수도 각각 7.3개, 6.5개, 5.3개로 같은 경향을 보였다.
고학년생은 활발해진 신체활동으로 인한 부상이 많았다. 발·손의 관절·인대·근육이 외부 충격 등으로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진 염좌,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탈구 등으로 약 26만4,500명이 병·의원을 찾았고 입원 원인 질환 상위 10개 중 4개가 골절이었다.
◇젖니, 충치 진행속도 빨라 한 달 만에 썩기도= 소아기의 젖니는 영구치에 비해 충치에 취약하다. 충치 진행 속도도 빨라서 한 달가량만 관리가 소홀해도 금방 썩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사 뒤 이를 닦는 습관을 들이고 올바른 칫솔질을 가르쳐야 한다. 3~6개월마다 치과에서 불소를 도포하고 씹는 면이 울퉁불퉁한 어금니 등은 실란트로 치아 홈을 메워주면 충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젖니에 생긴 충치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염증이 치아 뿌리까지 진행돼 주위 뼈가 녹고 잇몸에 고름 주머니가 생기며 이가 아파 음식물 섭취에 지장이 생긴다. 염증이 젖니 아래에 있는 영구치의 싹으로 퍼지면 영구치가 변형되고 뻐드렁니·주걱턱·덧니 등 부정교합이 생기기 쉽다. 충치 부위만큼 치아 크기가 줄어 영구치가 나오는 자리가 부족해지고 교정치료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 앞니 쪽부터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한다. 영구치가 자리 잡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치열 전체가 나오는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충치가 있는지, 턱뼈에 병적인 문제가 있는지, 젖니 아래의 영구치 개수가 정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상보다 많으면 조기에 빼주는 게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 김광철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젖니 때문에 영구치가 비뚤게 나온다면 치과에 가서 젖니를 빨리 뽑아야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젖니가 흔들릴 나이가 됐는데도 안 흔들리고 후속 영구치도 나올 기미가 없는 경우도 치과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컴퓨터 게임 30~40분마다 5~10분 쉬어야=어린이는 성장하면서 공 모양의 안구가 커지고 앞뒤로 늘어나면서 가까운 곳은 잘 보지만 먼 곳을 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보다 앞쪽에서 맺혀 잘 안 보이는 근시가 생기는 경향이 있다. 근시는 대개 5~15세에 진행되며 8~10세 안팎에서 진행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이 무렵 고도근시로 진행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공부, 스마트폰 동영상 보기, 컴퓨터 게임 등 가까운 곳을 주시하는 ‘근거리 작업’을 지속하면 수정체 조절력이 약해져 근시 진행이 빨라지므로 30~40분 간격으로 5~10분은 먼 거리를 보거나 눈을 쉬어주는 게 좋다.
임동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야외활동을 많이 하면 근시 진행이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가족이나 또래 아이 등과 야외에서 함께 운동하거나 노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도근시 어린이에게는 수면시간 중 ‘드림렌즈’를 끼도록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눈의 바깥쪽 각막 중심부를 눌러 망막과의 거리를 좁혀주기 때문에 깨어 있는 동안 안경을 쓰지 않고도 시력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 근시 진행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늦춘다거나 안경 착용군에 비해 각막과 망막 간 거리가 길어지는 것을 43%가량 늦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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