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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116兆’ 우버가 도덕적 비난 받는 이유는…

상장으로 소수 대주주만 배불릴뿐

대부분 우버 기사는 저임금 그대로

"실리콘밸리의 도덕적 오점" 비판까지

"우버 불법영업에 재정적 피해"

각국 택시·렌터카 업계도 잇단 시위

/시드니=신화연합뉴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기업 우버(Uber)가 이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도덕적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무려 1,000억 달러(116조원)를 넘길 것으로 보이는 기업가치 평가로 소수의 억만장자만 덕을 볼 뿐, 대부분 우버 기사들은 열악한 저임금 상황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우버는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역동적인 공유 경제 시스템을 IT 기술과 접목함으로써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뤄낸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창업 10년 만에 미국 내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의 63%를 점유하면서, 이달 상장을 앞둔 현시점에 미 주식시장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2일(현지시간) 미 뉴스타임스(NYT)에 ‘우버 IPO는 실리콘밸리의 도덕적 오점’라는 제목의 칼럼까지 게재됐다. 칼럼니스트 파하드 맨주는 기업공개로 우버의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반문했다. 막상 우버 기사들은 유류대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여전히 시급 10달러(1만1,640원) 수준의 저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우버가 오랫동안 일해온 기사에게 최고 4,000만원 수준의 기업공개 보상금을 약속했지만, 그는 대부분의 기사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한 줌의 사람들을 백만장자, 아니 억만장자로 만들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업공개(IPO)가 이용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고객 부담이 늘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간 우버·리프트가 벤처캐피털의 지원으로 택시요금보다 획기적으로 낮은 수준의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었지만, 이익을 창출이 최우선인 주주 때문에 상장 이후에는 결국 가격을 올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각각 30억 달러, 10억 달러 내외의 영업손실을 낸 두 업체가 비용 부담에 시달려온 만큼, 궁극적으로는 각종 요금 할인제도를 없애고 평균 탑승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지난해 뉴욕에서 행사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이미 우버 서비스가 자리 잡은 국가에서는 택시·렌터카 같은 관련 업계 종사자는 물론, 우버 기사들까지 시위에 나서고 있다. 호주에서는 4개 주의 택시 기사와 렌터카 사업자 6,000여명이 우버가 불법 영업으로 재정적인 해를 끼친다며 3일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주도하는 로펌 모리스 블랙번의 앤드루 왓슨은 “호주에서 우버의 불법 영업 혐의와, 근면하게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데 우버가 미친 영향과 관련해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앱·플랫폼 근로자 노조 ‘긱 워커스 라이징’은 오는 8일 우버 기사들이 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시카고 등 8개 대도시에서 시한부 파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버 기사들은 “1,000억 달러 가치의 기업공개를 진행하며 투자자와 중역들의 배를 불리는 동안 우버는 운전자들의 임금을 최저시급 이하로 쥐어짰다”면서 “우버는 휴가·헬스케어·퇴직연금 등 운전자들의 기본적 요구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택시업계가 6일간의 총파업을 강행한 끝에 교통당국이 △탑승 전 최소 15분까지 예약 △사용자 근거리 차량 확인 기능 금지 등 우버 같은 스마트폰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4월에는 독일 택시 운전사들이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업체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 계획에 반대하며 베를린과 뮌헨·뒤셀도르프 등 주요 도시에서 항의 행진을 벌였다.

/리버풀=로이터연합뉴스


이 가운데 우버 역시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버는 런던에서 지난달 30일 자사 서비스와 상관없이 이용자가 목적지까지 최단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수단을 알려주는 대중교통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월에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버가 교통 ‘원-스톱 숍’(on-stop shop)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을 보인 것일 뿐, 무상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교통혼잡을 이유로 우버의 영업면허를 지난 2017년 한시적으로만 연장했던 런던교통공사도 예정대로 오는 9월 면허를 만료시킬 예정이다. 사실 런던의 대중교통 데이터는 일반에 공개된 것으로 이미 675개 모바일·온라인 앱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파하드 맨주도 우버가 대중교통 업계는 물론, 우버 기사들과 상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버는 기사들에게 최소한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또 도시 대중교통 체계를 적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와 협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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