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지 하루 만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 수입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해 부가하는 추가 관세를 10일부터 25%로 끌어올리겠다고 거듭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막판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다만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측 대표단이 워싱턴D.C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열기로 하면서 전 세계가 오는 9~10일 열리는 G2(주요 2개국)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중 양국은 무역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왔지만, 지난주 중국이 약속 중 일부를 어겼다”면서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협상을 깨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10일이 되면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했다.
미측이 10일부터 대중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예정보다 하루 늦은 9일 시작되는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하고 10일 최종 타결을 시도하든, 협상 결렬로 가든 양자택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협상 첫 날 진전이 없으면 10일 자정(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부터 중국 수입품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10%에서 25%로 상향된다.
트럼프 정부는 그간 좋은 합의가 아니면 협상을 타결하지 않을 것이며 협상을 계속 끌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중국이 지난 주말 상당한 이슈에서 후퇴한 것이 확실해졌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이미 한 약속에 대해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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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와 미 고위 각료들이 순항하던 무역협상을 돌연 흔들며 아예 판 자체를 깨겠다고 나온 것은 중국이 미측과 합의한 사안들을 법제화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협상단은 최근 미국에 중국 법을 바꿔야 하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당초 동의했던 법제화 문제를 국내 반발을 이유로 뒤집으면서 미국이 핵심 이슈로 여기는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이 이행될 가능성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협상단이 최종 합의문에 중국의 여러 법률을 업데이트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을 거절했으며 입법 절차 대신 규제·행정 조치를 하겠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중 갈등이 막판 최고조로 치닫는 것은 협상 결렬보다 타결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라는 관측에 여전히 힘이 실린다. 지난해 타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도 마지막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깨겠다는 엄포 직후에 미국과 캐나다·멕시코가 합의를 선언한 바 있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에 대한 불안감 속에 이날 세계 곡물 가격은 4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옥수수와 대두, 밀 가격을 종합한 블룸버그 곡물 가격 지수는 27.0668에 그쳐 1977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0.88% 급락하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5% 이상 떨어지는 등 일부 아시아 증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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