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발사체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이 대북 식량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식량 지원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라는 강경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단시일 내에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8일 대북 식량 지원 방안과 관련해 “이제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단계여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직접 지원이냐, 기구를 통한 지원이냐의 문제를 포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결과물이 나오면 해당 부처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찾은 뒤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과 관련해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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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의견일치를 이룬 만큼 이날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한국 정부와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는 데 이어 청와대를 방문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한미 정상 간 통화와 관련해 “두 정상은 북한의 최근 진행 상황과 FFVD 달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대북 식량 지원 등을 강조한 청와대 브리핑과는 미묘한 시각차가 엿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 간 ‘식량 지원’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으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정상 간 통화에 없는 내용을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북 식량 지원이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태도변경 전에 대화 재개는 없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김 위원장이 ‘내부 정치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발사체 도발에 대한 명확한 항의 없이 식량 지원에 방점을 찍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도발은 도발대로 따끔히 지적하고, 인도적 지원은 북한 식량 상황이 매우 좋지 않으니 지원하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박우인·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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