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선도적으로 탈원전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전력부족 해소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력수입에 의존하느라 가정용 전기요금이 2010년 이후 25%나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에너지원 전환사업이 독일 통일만큼이나 값비싼 프로젝트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오겠는가. 반면 당초 기대와 달리 화력발전 비중은 낮아지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국으로 전락하는 역설적 상황을 맞았다. 세계 최고의 신재생기술을 자랑하는 독일이 이렇다면 다른 국가들의 형편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최근 프랑스나 일본·대만 등이 앞다퉈 탈원전 포기를 선언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의 모범사례로 치켜세웠던 독일이 탈원전 과정에서 겪고 있는 혼란과 부작용은 우리나라와 닮은꼴이다. 무리한 탈원전에 따른 공공 부문의 수익 악화나 환경파괴, 주민 반발은 곳곳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2029년까지 전기요금이 21%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20년의 논의과정을 거쳐 탈원전을 결정한 독일과 달리 우리는 변변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정권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기반이나 사회적 논의구조가 취약한 우리가 앞으로 겪을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독일의 뒤늦은 후회는 국민 부담을 고려해 합리적인 에너지믹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라도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일은 빨리 접을수록 국가적 손실이 적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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