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이 기존 80%에서 500%로 늘어난다. ‘현금 부자’ 무순위 청약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미계약 아파트를 쓸어 담는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의 아파트 청약 예비당첨자 수를 20일부터 공급 물량의 5배로 늘려달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현행 주택공급규칙 제26조는 예비당첨자를 공급 물량의 40% 이상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서울·과천·분당·광명·하남·대구 수성·세종(예정지역) 등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현재 80%가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물량의 5배를 예비당첨자로 선정해야 한다.
국토부는 예비당첨자를 늘리면 현금부자인 무순위 청약자들이 아파트를 대거 분양받는 이른바 ‘줍줍 현상’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순위청약은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가 모두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취소돼 남은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청약통장 보유, 다주택 여부 등 제한자격이 없다. 이 때문에 서울의 고가 신축 아파트는 현금부자인 무순위당첨자들의 먹잇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달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는 무려 1만4,376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 단지 일반분양 물량(1,129가구)의 약 13배에 달하는 인원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든 것이다. 최근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방배그랑자이도 일반공급 물량의 26배가 넘는 6,738명이 신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 예비당첨자 확대는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청약시스템(아파트투유) 개선만으로 가능하다”며 “시스템이 완전히 개선되는 20일께 바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도 이 같은 제도 변경에 긍정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청약은 별도의 추첨과 계약 과정을 또 진행돼야 해 번거롭다”며 “예비당첨자를 늘리면 청약자를 대상으로 한 정당계약 단계에서 100%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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