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패소한 후 억지주장을 이어온 일본이 WTO 회의에서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이례적인 1심 판결 번복에 자국 여론이 악화되자 WTO의 구조적 문제를 핑계 삼던 일본 정부가 아예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회의에서 WTO의 분쟁해결 체계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혁안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상소기구가 내린 판정이 향후 분쟁해결의 선례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가맹국·상소기구 간 정기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 것 △상소기구가 판단기한 ‘늦어도 90일 이내’를 지킬 것 등을 제안했다.
먼저 상소기구의 판정이 다른 분쟁해결의 선례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은 지난달의 패소가 다른 나라와의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WTO 상소기구는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최종심을 내리는 곳으로 지난달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한국 수입금지를 인정하며 1심 판정을 뒤집은 바 있다. 일본은 지난달의 패소가 중국 등 다른 국가와의 같은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적인 분쟁해결 절차 때 이전 판결을 판례로 인정하는 상황에서 WTO만 예외가 된다는 데 다른 국가들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일본은 이후 상소기구 위원이 정원 7명 중 3명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절차적인 부분까지 트집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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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달 유럽과 북미를 순방하며 만난 각국 정상들에게 WTO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8일 캐나다에서는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한 WTO 판정을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오는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WTO 개혁을 논의할 방침임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일부 국가의 지지도 얻어냈다. 앞서 지난달 26일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국이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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