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북한이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과 관련해 “비록 단거리미사일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된다”고 밝힌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와 촉구의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며 ‘로키(low-key)’ 행보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에 비교적 뚜렷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손짓하는 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에서 9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대화와 협상 국면에 대화와 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계속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4시30분께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안북도 지역에서 육지를 넘어서 동해안까지 발사를 했기 때문에 두 발 중에 한 발은 사거리가 400㎞를 넘는다. 그래서 일단 단거리미사일이라고 한미 양국이 함께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날 발사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판명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의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전에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는 탄도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비록 단거리미사일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4일 발사한 발사체에 관련해서는 “결의 위반 여부를 판단 중에 있기는 하지만 일단 미국은 지금까지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연쇄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앞으로 비핵화 대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의 성격이 담긴 한편 조속한 회담을 촉구하는 성격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대응이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불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문 대통령이 앞서 제안한 바 있는 제4차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를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적극 공개하며 한미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표하며 ‘한국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축복한다는 말을 전해달라. 그리고 내가 그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발표해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발사체 발사에 대해서도 ‘고약한 일일 수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원하고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 지원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여야가 뜻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 사이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 간의 회동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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