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KT 부정채용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수장의 친인척도 채용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권익환 검사장의 장인 손모씨가 처조카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수사하는 사건과 사적 이해관계가 생긴 권 지검장은 해당 사실을 대검찰청에 보고한 뒤 이석채 전 KT 회장이 기소되기 전까지 수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장기휴가를 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9일 재판에 넘겨져 권 지검장은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검찰 측은 권 지검장이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받기 전까지 장인 손씨의 사건 연루 사실을 몰랐고 수사팀도 손씨와 지검장의 관계를 모른 채 보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KT 부정채용 수사 과정에서 복원된 관련자들의 e메일을 통해 2012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9건) 외에 상반기에도 3건의 부정채용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3건 중 1건의 청탁자가 손씨이며 자신의 조카를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를 보고하자 권 지검장은 손씨의 이름을 보고 자신의 장인이 사건에 연루됐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권 지검장은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은 직후인 지난달 24일 대검찰청에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른 사적 이해관계 신고서를 제출하고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휴가를 냈다. 또 이주형 남부지검 1차장검사를 직무대리자로 발령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검은 다음날(25일) 이 차장검사를 검사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손씨는 지난달 26일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석해 청탁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서울고법판사 출신으로 5공화국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내고 1992년에는 안기부 1차장을 맡았다. 현재는 법률사무소를 차렸고 관직에 있지 않다. 검찰은 아직 손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지검장은 9일 이 전 회장이 구속 기소돼 더 이상 사건과 사적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지검장은 직무배제된 게 아니라 (사건과의 사적 이해관계로) 직무회피를 한 것으로 휴가를 마치는 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2012년 KT에 부정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지검장의 사적 이해관계 사실은 이 전 회장과 관련이 있으므로 김 의원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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