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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축음기, 영화, 타자기] 역사 중심은 인간이 아닌 기술매체

■프리드리히 키틀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인간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꾼다. 개인용컴퓨터(PC)의 발명은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전화기 하나로 웬만한 여가 생활은 다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독일 매체 이론가인 프리드리히 키틀러(1943~2011)가 쓴 ‘축음기, 영화, 타자기’는 1900년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온 아날로그 기술 매체의 역사를 살핀다. ‘매체 이론학계의 푸코’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키틀러는 ‘광학적 미디어’ ‘그리스로부터’ 등의 저서를 남긴 세계적인 학자다.

책은 축음기와 영화·타자기로 대표되는 매체는 문자가 기록을 독점하던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경이로운 발명품이었다고 말한다. 기술 매체의 첫 번째 주자인 축음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소리를 저장하려면 이를 문자로 치환해 기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일상의 소리나 소음은 진지한 기록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마침내 모든 소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보존·기록될 수 있었다.



축음기에 이어 나온 영화는 인간의 삶과 감정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해 활동사진의 쾌감으로 전달했다. 은막에 투사된 빛이 조작된 환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영화라는 새로운 발명품이 품은 위안과 치유의 힘을 기꺼이 수용했다.

1920년대에 유행한 전동 타자기는 기록과 저장의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오랜 세월 인류가 글과 문자에 부여해 온 ‘심오한 정신성’의 이미지를 붕괴시키면서 디지털 컴퓨터 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키틀러는 “문자가 독점했던 정보의 저장 체계는 축음기·영화·타자기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역사의 중심은 인간이 아닌 매체”라고 강조한다. 책이 다루는 세 가지 매체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은 영화뿐이지만 키틀러의 통찰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을 숨 가쁘게 따라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한 생각 거리를 안겨준다. 3만5,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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