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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폭행, 걱정하지마세요”··힙한 무술로 뜨는 ‘크라브마가’ IKMA 한국 대표 김명화 코치

특전사서 특공무술 교관 등 12년간 복무

크라브마가 매력 느껴 과감히 전역 후 이스라엘 行

타단체 블랙벨트 획득 후 창시자가 만든 IKMA서 새롭게 시작

6개월에 한 번씩 ‘네타냐’ 현지 방문해 레벨 끌어올려

‘룰’ 없는 실전 상황 가정한 것이 기존 MMA와의 차이점

조현병 등 ‘묻지마 범죄’ 기승 속 인기 무술로 자리 잡아

EXID 하니·이승기 등 인기 연예인들도 김 코치에게 배워

IKMA 코리아의 한국 대표 김명화 코치가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4TP휘트니스 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현대인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하철이나 식당, 병원 등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길거리에서 여성이나 노약자에게 묻지마 폭력을 가한 사람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등 일반인들의 공분을 자아내게 하는 사건이 점점 다반사가 되고 있다. 한때 사랑했던 사이였던 옛 애인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데이트 폭력도 일상화되는 추세다.

11일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데이트 폭력 형사입건 현황’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입건 건수는 2014년 6,675건에서 2017년 1만303건으로 불과 3년 사이 무려 54%나 증가했다. 이른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저지르는 묻지마 살인 또는 혐오범죄에 대한 공포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도 조현병 질환을 앓았으며,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나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도 조현병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지만, 긴급 상황에 닥쳤을 때 외부의 도움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괜히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경찰서에 들락날락 해야 하는 등 불편함만 가중되거나 크게 상해를 입을 수 있어 도움의 손길을 선뜻 내미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셀프 디펜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호신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소위 힙한 무술을 가르치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IKMA(이스라엘리 크라브마가 협회)의 한국 대표 김명화(37) 코치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은 서울 서초구 4TP휘트니스 센터에서 김 코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코치는 특전사에서 12년간 근무하며 특공무술과 태권도 교관 및 시범활동을 이어나가던 중 2012년 국내에서 크라브마가를 처음으로 접한 후 이 무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결국 안정적인 군 생활을 끝내고 크라브마가에 인생을 베팅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IKMA는 크라브마가의 창시자인 ‘이미 리치텐필드’가 1978년 그의 제자 중 한 명인 ‘하임 기드온’과 함께 설립한 세계 최초의 크라브마가 교육 협회다. 김 코치는 “크라브마가의 창시자가 만든 협회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있던 단체”라며 “국내에도 크라브마가의 여러 분파가 있지만 레벨이나 체계가 IKMA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에서 크라브마가 한국 대표로서 창시자 이미 리치텐필드의 무덤을 참배하고 있는 김명화 코치 /사진제공=김명화 코치


크라브마가는 히브리어 고유명사로서 전 세계 공통으로 크라브마가 발음 그대로 표기하고 사용하고 있다. 크라브마가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크라브’는 ‘싸움’, ‘마가’는 ‘접촉’으로 해석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시 헝가리 태생의 ‘이미’가 복싱, 유도, 레슬링 등의 장점을 취합해 창시했으며, 그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등에 합류해 격투 교관으로 활동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현재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다. 내가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면 내가 죽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이 고스란히 무술에 녹아 있다. 크라브마가의 핵심은 1대 1 상황뿐 아니라 1대 다수의 대치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실전 상황에서는 ‘룰’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낭심 차기와 눈 찌르기 등의 치명적인 동작도 배우게 된다. 모형 칼과 총기류를 통해 특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크라브마가의 매력이라고 김 코치는 전했다.

여러 무술이 종합된 근접격투술이라는 그의 설명답게 크라브마가 고수인 김 코치는 레슬러나 주짓떼로들의 전유물로 알려진 소위 ‘만두귀’를 갖고 있었다. 스탠딩 타격뿐만 아니라 그래플링 연습을 그만큼 많이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코치는 “6개월에 한번씩 IKMA 성지인 이스라엘 네타냐 도장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고, 태국 MMA 체육관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고 있다”며 “크라브마가의 체계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크라브마가의 창시자 이미 리치텐필드가 만든 크라브마가 교본/사진제공=김명화 코치


이 무술의 매력을 맨 처음 알아봤던 것은 바로 할리우드였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여전사 역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가 크라브마가를 활용했으며, 영화 본시리즈와 테이큰, 솔트 등에서도 크라브마가가 소개됐다. 김 코치에 따르면 최근 묻지마 범죄나 혐오 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몸을 방어하기 위한 여성 관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가수 EXID의 멤버 하니와 이승기가 김 코치에게 크라브마가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는 “크라브마가의 저변 확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무술을 수련하게 만들고 싶다”라며 “충분히 취미생활로도 즐기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오직 정직함을 바탕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코치와의 일문일답

▲크라브마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

- 2012년 프랑스의 크라브마가 단체 중 하나인 KMF-AC의 세미나가 한국에서 열렸고 참석하게 되면서 크라브마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KMF-AC의 대표지도자가 IKMA의 수련생 출신인 것을 알고서는 이스라엘 네타냐에 있는 IKMA의 본부 체육관을 찾아 본격적으로 크라브마가를 수련하게 되었다.

▲안정적인 군인 직업을 포기하고 크라브마가를 업으로 삼은 이유

-사실 군 생활은 인생의 경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다 도전적이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내 사람을 한번 주체적으로 개척해 보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스라엘에서 진행하는 크라브마가 지도자 코스에 참석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2014년 3월에 전역지원서를 내고 이스라엘에 방문해 보니 한국에서 받았던 세미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특별한 기술 몇 개가 아니라 파이팅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고, 굉장히 체계적이어서 놀랐다.

▲크라브마가의 급수체계는 어떻게 되나

-화이트, 옐로우, 오렌지, 그린, 블루, 브라운, 블랙 이렇게 총 7단계다. 나는 IKMA 시스템에서 크라브마가를 한지 총 6년 차가 됐고 이전까지 하면 크라브마가를 접한지 8년이 됐다.



김명화 IKMA 코리아 대표 코치가 이스라엘 네타냐 IKMA 도장에서 사진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명화 코치


▲크라브마가와 MMA의 차이점은 뭔가

-가장 큰 차이는 크라브마가는 시합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크라브마가와 MMA는 목적이 다르다. 스포츠는 심판 입회하에 같은 성별과 같은 체급끼리 포인트 경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크라브마가는 길거리 위의 법칙이 적용된다. 거리에서는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겁한 행동도 허용되며 스포츠에서는 반칙이 되는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또 길거리에서는 오랜 싸움을 할 필요도 없다. 특히 여자도 덩치 큰 사람을 이기려면 급소를 차고 도망가는 것과 같은 훈련을 해야 한다. 크라브마가는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위기상황에서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만 무술의 범주에서 본다면 크라브마가도 MMA 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크라브마가도 복싱과 주짓수, 유도, 레슬링, 아이키도 등의 무술의 장점을 합쳐서 만들었다. 킥복싱을 배우거나, 유도를 배운 사람, 주짓수를 배운 사람 등을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공격에 대응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스포츠와 실전 사이에서 어떤 것에 방점을 찍고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실전능력을 선수 배출로 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물론 크라브마가의 파이팅 스타일로 특정한 대회에 내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전 증명을 위해 선수 배출에 목적을 두면 기존 MMA와 차별성이 없다. 어디의 룰을 갖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실전성이 떨어진다. 작은 사람이 본인보다 큰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도 있다. 호신을 위해서는 급소를 때리거나 반칙을 써야 호신의 목적이 강해진다. 무조건 실전을 추구한다고 막 때리면 끝도 없다. 지도자가 목적의식을 갖고 테크닉을 전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KMA에서 훈련하고 있는 일반인들이 아무 탈 없이 생활하고 있고 그들의 삶이 평안한 것이 바로 크라브마가로서는 가장 큰 실전 증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명화(윗쪽) IKMA 코리아 대표 코치가 서울 서초구 4TP 휘트니스 센터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명화 코치


▲칼을 실제 상황에서 피할 수 있나

-실제 상황에서 칼을 든 사람을 만난다면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수많은 피해자들이 과연 도망을 가지 못해서 상해를 입는 것일까는 생각해 볼 문제다.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대응을 해야 하고 평소에 대응하는 방법을 훈련하면 다칠 수는 있지만 목숨은 잃지 않을 수 있다. 크라브마가는 무조건 칼을 든 사람과 싸우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위험을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국내에서 크라브마가 분파가 많은 것으로 안다. IKMA만의 차별점은

-크라브마가의 창시자 ‘이미’가 만든 협회이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있었던 곳이 IKMA다. 이게 제일 크다. 전 세계의 큰 협회들은 모두 IKMA에서 레벨을 획득한 후 독립하여 협회를 꾸렸다. 국내에도 분파가 여러 곳 있지만, 레벨이나 체계가 IKMA와는 다르다. 외국과 교류가 전혀 없는 단체도 있다. 진정한 협회를 선택하려면 지도자의 배경을 잘 관찰해야 하고 꾸준히 외국과 교류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많이 대중화가 된 주짓수도 끊임없이 외국과 교류하고 스승에게 배워가면서 레벨을 끌어올린 사람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IKMA 시스템에서 2년을 운동을 해야 옐로우 벨트를 준다. 돈을 많이 낸다고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다. 기간이 되도 실력이 안 되면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다. IKMA에서 블랙벨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10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 국내에 크라브마가가 들어온지 10년이 아직 안됐다. 내가 타단체에서 블랙벨트를 획득하고 다시 처음부터 이스라엘로 가서 레벨 테스트를 받고 승급을 해 블루벨트를 매고 있는 이유도 바로 IKMA 시스템의 체계성 때문이다.

김명화(오른쪽) IKMA 코리아 대표 코치가 이스라엘 네타냐 IKMA 도장에서 크라브마가 창시자 ‘이미’의 2대 직계제자이자 현 IKMA 협회장인 하임 기드온(앞줄 왼쪽)으로부터 블루벨트 단증을 수여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김명화 코치


▲지금도 이스라엘과 교류를 하고 있나

-IKMA 본부는 6개월에 한 번씩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종합격투기 팀 친구들과 함께 종합격투기 훈련을 따로 하고 있다. 그밖에 주기적으로 태국의 MMA 체육관을 방문해 무에타이, 킥복싱, 주짓수 선수들과 스파링 등 기술교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수원에서 레슬링 교육을 꾸준히 받고 있다. 크라브마가 외에도 여러 무술을 개인적인 훈련하는 이유는 크라브마가가 MMA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IKMA에서 스승으로부터 교육을 받을 때마다 깨닫는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명화(오른쪽) IKMA 코리아 대표 코치가 이스라엘 네타냐 IKMA 도장에서 크라브마가 창시자 ‘이미’의 2대 직계제자이자 현 IKMA 협회장인 하임 기드온(왼쪽)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다. 하임은 크라브마가 세계에서 창시자 ‘이미’로부터 인정받은 가장 높은 단인 레드벨트 10단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명화 코치


▲마지막으로 크라브마가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크라브마가 저변 확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크라브마가를 수련하게 만들고 싶다. 충분히 취미생활로 즐기면서도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수련해서 블랙 벨트를 받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다. 오직 정직함을 바탕으로 승부를 거는 지도자가 되겠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김명화(오른쪽) IKMA 코리아 대표 코치가 이스라엘 네타냐 IKMA 도장에서 크라브마가 창시자 ‘이미’의 2대 직계제자이자 현 IKMA 협회장인 하임 기드온(왼쪽)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명화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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