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은 어김없이 페어웨이와 그린에 떨어졌고 퍼트는 홀을 향해 굴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지배자’를 꿈꾸는 최헤진(20·롯데)이 가장 먼저 시즌 2승 고지에 오르며 기세를 떨쳤다.
최혜진은 12일 경기 용인의 수원CC 신코스(파72·6,559야드)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담는 ‘무결점’ 플레이로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를 기록한 그는 장하나(27·비씨카드·12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KLPGA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한 최혜진은 이로써 시즌 2승과 출전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아마추어 시절 2승을 포함해 KLPGA 투어 개인 통산 6승째. 지난해 데뷔와 함께 신인상과 대상(MVP)을 석권했던 최혜진은 이번 시즌 주요 부문 타이틀 사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2승을 선점한 그는 1억4,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보태 시즌상금 3위에서 1위(3억7,104만원)로 올라섰다. 퍼트와 쇼트게임까지 뒷받침되면서 이번 시즌 전체 최소타 우승 스코어를 만들었고 12회째인 이 대회 역대 최소타도 갈아치웠다. 장하나, 김효주(24·롯데), 이정민(27·한화큐셀)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점도 경기력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이날 최종라운드는 ‘제2의 김효주’로 불린 최혜진과 김효주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전날 2라운드에서 최혜진이 공동 선두에, 김효주가 1타 뒤진 단독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고2 때인 2012년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두 달 뒤 일본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오픈에서도 우승한 원조 ‘골프천재’다. 최혜진도 고3 때인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고 KLPGA 투어에서 2승을 챙겼다. 둘은 신인상을 놓치지 않았고 후원사와 매니지먼트사도 같다.
최혜진의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김효주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잠시 공동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로는 최혜진의 독주 양상이었다. 3~5번홀 3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에 오른 최혜진은 8, 9번홀과 11, 12번홀에서 두 차례 연속 버디를 낚아 한때 5타 차 리드의 여유를 누렸다. 전반에 3타를 줄인 김효주는 파5인 8번과 11번홀 버디 사냥에 실패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은 게 아쉬웠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주 무대를 옮겨 통산 3승을 거둔 김효주는 2016년 이후 3년 만에 KLPGA 투어 통산 10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단독 3위(11언더파)로 만족해야 했다.
12번홀까지 버디만 7개를 잡아낸 최혜진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상까지 질주했다. 8번홀(파4)에서는 50cm 버디를 잡았고 처음으로 그린을 놓친 14번홀(파4)에서는 벙커 턱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아무렇지도 않게 파 세이브 하며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장하나는 버디 6개, 보기 2개로 선전했지만 최혜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시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이정민은 2타를 줄여 10언더파 단독 4위로 시즌 세 번째 톱10에 입상했고 ‘엄마 골퍼’ 허윤경(29·하나금융그룹)은 6언더파를 몰아쳐 최종 9언더파 5위를 차지했다. 이승연(21·휴온스)과 임희정(19·한화큐셀)은 나란히 7언더파 공동 7위, 이들과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조아연(19·볼빅)은 4언더파 공동 22위로 마감했다.
최혜진은 경기 후 “샷 감각이 좋은데 전날과 달리 기회를 잘 살려내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목표를 작년(2승)보다 많은 우승을 하는 것으로 세웠는데 이렇게 빨리 2승을 거둬 기쁘다. 꾸준한 성적을 내서 시즌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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