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건물과 다리 등 철골 접합에 필수 재료인 ‘고강도 볼트’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건설공사가 지연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화물선이 충돌해 복구작업에 들어간 야마구치현 오시마 대교는 보수에 필요한 볼트 약 1만6,000개 중 2,000개의 조달이 늦어져 완공이 2개월이나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가을 럭비월드컵이 열릴 예정인 구마모토시 메인스타디움의 개축도 지연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해 가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건설 업체의 83%가 볼트 부족으로 공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신문은 지난해 여름만 해도 고강도 볼트가 주문 이후 3개월 안에 납품됐지만 현재는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연내에는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교량·어린이집 건설 등이 늦어지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준공 예정이던 공장 건설도 지연되며 산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고강도 볼트가 심각한 품귀 현상을 빚는 것은 2020도쿄올림픽과 도심재개발 공사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호텔을 비롯해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신축 및 개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도쿄 도심 재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고강도 볼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반면 생산력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보루텐·오사카시 등 소수 업체가 월 1만톤에 달하는 볼트 생산을 감당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 철수와 재편으로 국내 볼트 생산 능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고강도 볼트 재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고강도 볼트의 주재료인 특수강 선재는 주로 자동차 생산에 사용되는데 일본의 자동차 생산량 증가로 차량용 특수강 선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의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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