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임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검사의 3분의 1 이상이 ‘SKY(서울·고려·연세대)’ 로스쿨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18%에 불과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나온 2012년부터 8년간 배출된 전체 검사 391명 중 절반가량인 178명(45.5%)이 SKY 로스쿨 출신이다. 특정 대학에서 탈피해 다양한 인재 배출을 목표로 로스쿨이 등장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도입 취지가 무색한 모양새다.
12일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 신임검사 55명 중 20명(36.4%)이 서울·고려·연세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연세대는 8명, 서울대와 고려대는 각 6명의 신임검사를 배출했다. 학교별로는 성균관대가 최다인 9명의 검사를 배출해 약진했고, 경북대(5명)와 경희대·한양대·서울시립대가 각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 기준으로 보면 서울 내 로스쿨이 78%(43명), 수도권 로스쿨이 81.8%(45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검사를 1명도 배출하지 못한 로스쿨도 8곳 있었다. 8곳 모두 지방에 위치한 학교로, 학부뿐 아닌 로스쿨에서도 검사의 수도권·SKY 편중 현상이 여전했다.
2012년도 제1회 변호사시험 이후 임관된 전체 검사로 넓혀 보면 편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 25개 로스쿨 출신 검사 391명 중 SKY 출신은 178명으로, 상위 3개 학교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권 로스쿨 출신이 전체의 79%(309명)였고, 아주대와 인하대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장하면 82.6%(323명)였다. 대부분 검사가 수도권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의 수치에 비해 올해 신임검사 임관으로 SKY 로스쿨 비율이 1.5%포인트 하락하긴 했으나, 수도권-지방 로스쿨 격차는 변화가 없었다.
로스쿨 제도는 △특정 대학·전공에 쏠린 사법부 획일주의 탈피 △고시 낭인 양산에 따른 부작용 완화 △변호사 수 증가를 통한 법률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그러나 신임 검사·판사나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특정대학 학부 출신은 물론 특정 로스쿨 출신으로 쏠리는 현상은 큰 틀에서 답습되고 있다.
법무부측은 “비법학 전공자가 과반수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검사가 신규 임용됐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로스쿨이 도입으로 법학과가 폐지되자 자연스럽게 해소된 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친다 하더라도 현직 검사나 법관이 로스쿨에 출강하는 과정에서 학교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기계적 공정성’만 고집하다 보면 수도권·SKY 편중 현상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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