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대통령은 상춘재를 외빈 접견뿐 아니라 비공식회의 장소 등으로 자주 썼다. 그는 6·10항쟁 기간인 1987년 6월14일 상춘재 앞뜰에서 안보·치안책임자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찰력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을 발동하는 수밖에 없다”며 계엄선포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 뒤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공식간담회, 외국 정상과의 회담 장소 등으로 상춘재를 활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상춘재를 거의 쓰지 않다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2017년 1월 이곳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애용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모임을 상춘재에서 열었다. 또 이곳에서 같은 해 7월 대기업 총수들과 호프미팅을 했고 11월에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2017년 7월 상춘재 목재의 니스칠을 벗겨 내고 친환경 ‘들기름’을 발랐다. 이어 2018년 말에는 내부 공간을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대비용”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되면서 새로 단장한 상춘재의 첫 손님은 2월 한국을 방문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로 바뀌었다. 그 뒤로 남북관계의 봄날도 오지 않는 상태다. /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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