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은 누구나 회생·파산 상담을 받으러 부담 없이 회생법원에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사용자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회생법원 개원과 함께 마련된 ‘뉴스타트상담센터’ 활성화를 위해 회생법원 1층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타트상담센터에서는 법인이나 개인이 회생 절차 신청 전에 회생을 신청할지 혹은 파산을 신청해야 할지 등의 방향을 알려준다. 정 법원장은 “개인이나 영세기업들의 상담 수요가 많다. 신용회복위원회·개인회생파산변호사단·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한 곳에서 요일마다 상담원이 나오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상담받을 수 있다”며 “다만 공간을 좀 더 넓히고 칸막이를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공간이 두 칸밖에 없고 칸막이도 없어 마음 놓고 내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예산 문제가 있지만 새로 생긴 수원법원처럼 장기적으로는 상담하는 공간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 법원장은 회생법원에 오기 직전 서울고등법원 형사부 부장판사로 근무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을 담당했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내렸던 1심을 뒤집고 “기업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요구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 법원장은 “이 부회장 사건은 재판부에서 검토해 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대법원은 양형 문제를 다루지는 않고 법리를 다루는 만큼 잘못됐다면 파기될 것이고 법리가 맞다면 상고가 기각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근 재판이 진행 중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해서는 젊은 후배 판사들이 짊어진 마음의 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하는 데 있어 의문을 제기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사법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 후배 판사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사건이 일단락돼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법원장은 “‘내가’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어서 피로도가 쌓여 있기 때문에 한 템포 쉬어가면서 기존 제도를 점검하는 쪽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들어오는 사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곳”이라며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보다 현재의 상황을 편안하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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