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행자제’ 지역인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된 한국인 장모 씨는 긴급구난비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긴급하게 후송돼야 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항공비와 치료비 등 긴급구난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여행자제 경고를 무시하고 개인여행을 한 장씨에 대한 정부의 세금지원이 타당한 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앞서 지난해 말 한국인 대학생이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 캐니언을 관광하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는 개인여행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세금 대신 국내 항공사와 출신 대학 등에서 이송 비용을 부담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긴급구난비는 무자력(경제적 능력 없음) 상태, 연고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담할 자력이 없는 경우에 지원해 왔다“며 ”이번 케이스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이지만 좀 더 정밀한 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장씨는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구출된 국민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조기 귀국을 희망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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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전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한 장씨는 지난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여정을 시작해 세네갈·말리를 거쳐 4월초 피랍장소인 부르키나파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동 경로 중에 국가전역이 ‘철수권고(적색경보)’ 지역인 말리도 포함돼 있다는 점은 장씨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여행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장씨는 현지에서 4월 12일 버스로 이동 중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약 한 달 동안 피랍된 장씨는 움막 등에서 지내며 열악한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무장조직이 장씨에게 학대를 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이번 납치사건을 계기로 “부르키나파소 동부 지역의 여행경보 단계가 현재 여행자제인 2단계인데 철수권고인 3단계로 상향하는 방안, 베냉 지역에 여행경보가 없는데 경보를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 이번 기회에 여행위험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여행경보 구분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며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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