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를 초래하는 모든 독과점은 나쁜 것입니다.”
최근 경기도 파주의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만난 심재명(56·사진) 명필름 대표는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고 공생·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스크린 상한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22번째 작품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난달 24일 개봉과 동시에 상영 점유율 80%를 넘기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때마침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통해 영화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논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문체부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기준으로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개정안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1~11시의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심 대표는 “영화 한 편이 불과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장에 나온 영화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적인 문화 강국인 프랑스의 경우 한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더 늦기 전에 법 개정을 통해 이 기형적인 문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영화 시장이 대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위주로 돌아가고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여건 속에서도 신생 투자·배급사의 연이은 등장이 영화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올 들어 신생 회사들은 CJ·롯데·쇼박스·NEW 등 기존의 ‘메이저 4강(强)’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작품 제작에 나서고 있다.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설립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창립작인 ‘악인전’을 시작으로 올해 ‘클로즈 투 유’ ‘해치지 않아’ ‘변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가 설립한 메리크리스마스는 지난 1월 첫 투자·배급 작품인 ‘내 안의 그놈’이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면서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심 대표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투자·배급사 외에 신생 회사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면서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많은 기회가 생긴 셈”이라며 “다양한 유형의 질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만이 관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