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가 국회 정상화 해법을 마련하기보다 각기 지지층에 호소하는 ‘정치 없는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한 사람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가 조금 가라앉으면 또 다른 이가 더 센 발언을 이어가며 지지층 결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기 지지층을 결집해가고 있다. 민생은 없이 서로가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동업자가 된 모양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4당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월례회동 ‘초월회’를 열었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국순회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유로 끝내 불참했다. 문 의장이 국회 정상화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황 대표의 불참으로 회동의 취지는 퇴색됐다. 초월회에 불참하는 대신 황 대표는 경북 구미보 현장에서 최고위원회를 갖고 “문재인 대통령과 1대1 영수회담을 하자고 했더니 청와대에서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1대1 회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원칙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서 ‘선(先) 5당 대표, 회동 후(後) 1대1 회담’ 카드를 제시했지만 한국당은 이 역시 거절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왜 간명하고 빠른 길 대신에 먼 길을 가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과 대화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회담 형식을 두고 ‘핑퐁’을 하는 사이 여야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나 원내대표는 ‘일베’ 등 극우 누리꾼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인 ‘달창’이라는 발언을 한 뒤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망언, 세월호 유가족 비하 등 지지층 결집을 위한 목적이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한국당의 막말을 총정리했다.
‘독설과 반격’의 대결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7~1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3%포인트 오른 34.3%를 기록하며 4주 연속 상승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이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해당 조사에서 민주당은 1.4%포인트 내린 38.7%를 기록했지만 전주까지 민주당 역시 3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중도층 이완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양당 모두 내부 결속력을 높여 총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이태규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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