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현금복지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고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정원오(사진) 성동구청장이 기초지자체 간 ‘현금복지 대타협 기구’의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지자체 복지 결정권 침해’ 논란과 우후죽순으로 불거지는 ‘수당 살포형 복지’의 효용성을 정리하기 위해 226개 기초지자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13일 서울경제와 만나 “복지를 늘리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정해놓고 늘려야 지자체 간 현금복지 경쟁이 없어진다”며 “중앙정부가 나서기는 곤란할테니 기초단체끼리 모인 대타협기구를 구성해 꼭 필요한 현금복지는 중앙정부로 올리고 그렇지 않으면 일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후 29년이 흐르면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권한에 간섭하기는 어려워졌다. 지자체는 2013년 1월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 정책을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반드시 복지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하지만 지난해 1월까지 유효했던 ‘부동의’ 결정이 사라진 상황이다. 부동의 결정은 타당성이 낮거나 중앙정부의 기존 사업과 중복되는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복지부가 지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협의 완료’와 ‘재협의’ 결정만 내리고 있다. 현금복지 논란을 낳았던 서울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도 부동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채 재협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현금복지 정책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포퓰리즘’ 논란은 물론 주민 간 상대적 박탈감도 큰 만큼 기초단체 간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구청장의 진단이다. 그는 “자치권 확대 차원에서 ‘자치복지권’도 요구하는 마당이니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현금복지의 효용성을) 따지기는 곤란할 것”이라며 “1~2년이 걸리더라도 기초단체들이 현금복지의 효용성을 따지면 자치권 침해도 없고 통일적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수당을 받기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이른바 ‘복지이민’과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당 지급형 복지는 중앙정부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하는 ‘교육이민’이 있듯이 수당을 더 받기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복지이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서 살든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대타협기구에서 검증 후 효과가 있다고 하면 중앙정부가 통일하고 어떤 지자체가 이를 어기면 패널티를 준다든지 해야 한다”며 “돈을 주는 게 지자체별로 다르다고 하면 이건 지자체의 특성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행정에 적용하는 ‘스마트시티’ 정책도 ‘서비스복지’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복지는 정 구청장이 현금복지의 대안으로 주장한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로, 기초지자체는 현금복지가 아닌 서비스복지 경쟁을 해야 한다고 정 구청장은 주장해왔다. 성동구의 독거가구 안부확인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은둔형 외톨이의 발생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에 2~3일 간 수·발신 이력이 없으면 자동으로 연락해 안부를 확인하고 응답이 없으면 직접 방문해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통신 기술을 접목하면 이전의 ‘우유 배달부의 안부 확인 시스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정 구청장의 지론이다.
정 구청장의 이 같은 구정철학에 따라 성동구는 보육과 일자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관내 78번째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원,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서울시 평균 35.2%보다 24.2%포인트 높은 59.4%까지 올렸다. 기업 유치를 위해 도시계획을 세분화하고 용적률 혜택을 줘 고용노동부의 신규 일자리 통계에서 3년째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정 구청장은 “일터·삶터·쉼터가 조화를 이루는 게 지속가능한 도시의 특징”이라며 “성동구를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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