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개국 공신인 정도전에 관해 전해져 내려오는 일화다. 그가 얼마나 쏘가리 애호가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남한강변에 위치한 단양은 몇 안 되는 쏘가리 주산지다. 정도전은 외가인 단양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 쏘가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모양이다. 한양에 있을 때도 수시로 단양을 찾아 매운탕을 즐겼다고 한다.
쏘가리 매운탕은 민물고기 매운탕 중 으뜸이다. 식감이 뛰어나 ‘민물고기의 제왕’으로 불리고 쓸개는 웅담처럼 몸에 좋다고 해 산삼 취급을 받을 정도다. 이 맛에 매료된 사람은 정도전뿐이 아니다. 청나라 건륭제도 쑤저우에 들렀다가 우연히 맛본 쏘가리 맛에 반해 이후 자주 쏘가리찜을 찾았다고 한다. ‘황제의 물고기’로 불리는 이유다. 지금도 건륭제가 즐긴 다람쥐 모양의 쏘가리찜 ‘쑹수구이위’는 쑤저우의 명 요리로 꼽힌다.
이렇게 황제나 개국공신이 좋아할 만큼 맛이 뛰어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체 수가 적어 서민들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1㎏에 10만~15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금빛이 도는 황쏘가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도 찾는 이가 많아 연간 20톤가량이 중국에서 수입된다. 밀수까지 포함하면 100톤에 달하는데 조만간 중국산 쏘가리가 줄어들 듯하다.
충북도 내수면연구소가 연구 착수 6년 만에 배합사료를 이용한 쏘가리 양식에 성공했다고 한다. 쏘가리는 육식성이어서 그동안 잉어 등 물고기 치어를 써야 해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사료양식 성공으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이다. 늦어도 3~4년 내에는 사료양식이 정착된다니 수입 대체효과와 함께 ㎏당 4만~5만원선에서 국산 쏘가리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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