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이 봉쇄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여러 척의 다국적 상선이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았다. 앞서 미국이 이란 측의 미국 상선 및 군함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던 만큼 사태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에서 상업용 선박 4척이 사보타주의 타깃이 됐다. 사보타주가 발생한 곳은 UAE 동부 푸자이라 인근 해안으로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유조선 운항이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다. UAE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파괴행위로 사상자가 나오거나 유해물질 또는 연료 유출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상선들을 파괴 대상으로 삼아 승조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국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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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격을 받은 4척 중 2척은 사우디 유조선으로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13일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선박이 ‘상당한 피해(significant damage)’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알팔리 장관은 이 중 한 척은 사우디 라스타누라항에서 원유를 싣고 미국으로 가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며 이번 공격에는 전 세계 석유공급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UAE나 사우디 정부 모두 피습 정황이나 배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보타주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고 미국이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등 일대 배치병력을 대폭 늘리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란은 지난주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부합하는 제재 해제가 없다면 핵 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미랄리 하지자데 공군사령관은 12일 “미 항공모함이 과거에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타격목표이며 위협이 기회로 바뀌었다”면서 “미국이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들의 머리부터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세인 칸자디 이란 해군소장도 이날 “페르시아 걸프 지역에 대한 미군의 주둔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그들은 그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ISNA통신은 전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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