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정부가 자국의 화물선인 와이즈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한 데 대해 “불법 무도한 강탈행위”라고 14일 맹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을 공약한 6·12조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저들의 날강도적인 행위가 금후 정세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선박 반환을 촉구했다.
북한의 이번 입장표명이 선전매체가 아닌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비교적 높은 형식으로 표명된 것은 북한 수뇌부가 미국의 선박압류 조치를 큰 위협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박압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최대 압박이라는 강경 노선으로 갈 것이라는 상징적 메시지의 성격이 큰 만큼 북한도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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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자산인 선박을 압류한 것은 북미 역사상 처음 있는 초유의 사건이고 일부에서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에 비견할 정도로 북한에 큰 충격을 준 것 같다”며 “자산에 대한 미국의 직접 압류 조치는 김정은 정권의 목줄을 직접 조이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05년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과 목표를 담은 ‘9·19공동성명’을 발표하고도 미 재무부가 마카오의 BDA 은행 북한 계좌를 동결하며 직접자산을 건드리자 합의를 파기하고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박 교수는 “당분간 북미 간 긴장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지, 냉각기를 가질지 여부는 1~2주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담화와 관련해 “기본 입장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에 있어 국제사회와 잘 공조한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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