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차량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주차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번 과태료 납부 건에 대해서는 빌라관리비에서 납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차위반 과태료를 공동관리비에서 납부하겠다는 글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공개된 글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한 빌라에 살고 있는 주민 A씨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자신의 차를 주차했다가 구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글쓴이는 입주자회의 때 원활한 주차공간 확보와 입주민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 주차구역에 상황에 따라 해당 구역에 주차를 허용하는 것으로 구두합의가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과태료 역시 공동관리비에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글쓴이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한 누리꾼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것 자체는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입주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면 과태료도 관리비에서 내는 것이 맞다. 다른 사람들도 해당 자리에 주차해서 과태료를 부과받으면 관리비에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입주민이 회의 때 동의한 사항이라면, 잘못한 대가도 같이 치른다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입주자회의의 구두 합의 내용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불법주차는 엄연히 위법사항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무리 입주자회의에서 의결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상위 법률을 위반할 수는 없지 않으냐. 불법적인 사항을 입주자회의에서 의결할 경우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고발 및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용자들도 “구두로 합의한 것이라면 증거자료가 없다. 그리고 현재 해당 빌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입주자가 합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공간이 협소한 빌라에서 장애인 주차구역을 꼭 확보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일반 건물 주차장의 경우 주차 대수의 2~4% 범위 안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단, 주차 대수가 10면 미만인 경우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미경기자 seoul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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