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암(신장암) 환자의 70~80%는 로봇수술기로 종양 부위만 제거하는 부분절제술을 하면 기능의 3분의1 이상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어렵다거나 로봇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부담(600만~1,000만원)이 크다는 이유로 한쪽 콩팥을 전부절제하는 의사와 환자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장은 15일 인터뷰에서 “세로 길이가 12~13㎝가량 되는 콩팥 기능을 3분의1 이상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부분절제술을 권한다”며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국내 의료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콩팥암 부분절제술을 해온 변 교수는 “따라서 환자는 부분절제술이 가능한 큰 암센터에서 전부절제술을 받아야만 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고, 정부는 로봇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분절제~남은 부분 꿰매고 혈관재개통 20~30분 안에
2개의 콩팥 모두에 암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1개를 잃어도 1개가 남지만 남은 콩팥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2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만성 콩팥병, 심혈관질환을 앓거나 혈액투석을 받아야 할 위험이 커진다. 한쪽에 암이 생겼어도 암 부위만 절제해 일부라도 콩팥 기능을 살리는 게 중요한 이유다.
콩팥은 혈액을 여과하고 노폐물 배설, 체내 수분과 소금의 평형 조절 등을 담당하는 내 몸 안의 정수기다. 고장 나면 소금이 몸 안에 축적돼 체액량이 증가하고 동맥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유발한다. 또 적혈구·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혈뇨·단백뇨 등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콩팥암 부분절제술을 했다고 생존율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부분절제술을 받은 65세 미만 콩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7%로 전부절제술 환자(96.3%)보다 높다. 지난 2012~2016년 발생한 우리나라 콩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2.7%다.
부분절제술은 콩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틀어막고 종양 부위를 절제한 뒤 소변과 피가 새어나오지 않게 남은 부분을 꼼꼼하게 잘 꿰매고 혈관을 재개통한다. 그래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허혈시간’을 20~25분 이내로, 3~4㎝ 안팎의 종양이 콩팥 안쪽에 파묻혀 있어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30분 이내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 허혈시간이 짧을수록 콩팥 손상은 줄고 기능회복은 빨라진다. 그래서 의사의 경험과 숙련된 술기(術技)가 중요하다. 종양의 크기가 2㎝ 이하면 2~3바늘, 6~7㎝ 정도 되는 큰 종양은 10~20바늘을 꿰맨다.
변 교수에 따르면 종양이 콩팥 안쪽에 파묻혀 있어도 크기가 3~4㎝ 이하인 초기 종양, 7㎝가량 되더라도 콩팥 바깥쪽으로 많이 튀어나온 경우에는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부분절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는 “10배 이상으로 확대된 3차원 화면, 사람의 손목처럼 움직일 수 있는 팔을 가진 수술로봇을 활용하면 속도와 정교성, 빠른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검진 때 복부초음파로 이상 여부 확인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복수술은 큰 흉터와 늦은 회복기간, 복강경 수술은 로봇수술보다 정교성·신속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복강경은 로봇수술에 비해 종양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복잡하지 않은 경우에 할 수 있다.
국내 콩팥암 신규환자는 2016년 5,043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10위다. 비뇨의학과에서 다루는 암 가운데 전립선암(7위·1만1,8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기존 환자를 포함한 콩팥암 유병자는 3만8,836명으로 9위다. 신규환자의 경우 남성이 3,410명으로 여성의 2.1배다. 연령대별로는 50대(26%), 60대(25%), 70대(18%)의 비중이 크다.
한편 변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로봇 콩팥암 수술 1,640례 중 절반가량을 집도, 개인부문에서 세계 톱10에 든다. 3년 전 로봇수술기 ‘다빈치’를 만드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아시아 의료진 최초로 변 교수의 콩팥암 로봇 부분절제수술 영상을 교육용 홈페이지에 올렸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종양이 콩팥 속에 파묻혀 있는 경우 등에는 3차원(3D) 프린터로 콩팥 모형을 만들어 사전에 종양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수술 때 로봇초음파 기기를 넣어 정확도를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는 200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총 5,000건이 넘는 로봇수술을 해왔는데 전립선암이 60%, 콩팥암이 33%, 방광암이 3%를 차지한다.
콩팥암은 흡연·고혈압·비만·혈액투석이 대표적 위험인자다. 초기에는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자각 증상이 없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옆구리 통증, 배에서 혹이 만져지면 암이 상당히 커졌거나 주변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사선 치료·항암요법이 잘 듣지 않는다. 종양 크기가 4㎝ 이하면 1a 병기(病期), 4~7㎝면 1b기로 분류하는데 비중은 5% 이하다. 1기인데 암이 전이된 경우도 있다. 특히 폐로 잘 전이된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해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다. 변 교수는 “최근 건강검진이나 소화기 증상 때문에 콩팥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건강검진 때 복부초음파를 받아 복부 장기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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