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초과학이다 : 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정부가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려면 분야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연구자 간 협력을 촉진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공이 다른 연구자들의 교류는 물론 국제적 합동 연구 강화, 산학 협력을 적극 촉진하는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포럼 첫번째 세션 ‘기초과학, 연구환경과 정책의 조화’에서 주제 발표를 한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은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과학자 개인의 역량보다 협력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정부의 정책 지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현대 과학은 오늘날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연구자 간 협력은 물론이고 기업과 협력,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의 정부출연 기관으로 ‘지식이 응용에 앞서야 한다’는 명제를 중심으로 하는 기초과학의 세계 선두 연구 기관으로 손꼽힌다.
슈피스 명예소장이 밝힌 연구 협력의 기본은 전공이 다른 과학자들의 교류다. 그는 “협력의 기본은 결국 과학자 간 협력”이라며 “막스플랑크에서는 물리학·수학·컴퓨터학·화학·약학·생물학 전공자를 교차로 연구에 참가시켜 서로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분야를 전공한 과학자들이 합동 연구를 하는 이유는 기초과학을 응용과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과학자들의 지식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응용이 될 수 있는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며 “무언가를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공이 아닌 여러 과학 분야의 합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적 협력도 현대 과학에서의 필수 요소로 꼽혔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막스플랑크협회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함께 일해왔다”며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과 협력한 적도 있고 한국의 교수들을 초청해 연구소에서 일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슈피스 명예소장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이 창립됐을 당시 막스플랑크협회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도 우리와 기초과학연구원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 삼성은 물론 애플·구글 등 거대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산학협력은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이 됐다는 조언도 등장했다. 기업체와의 협력은 연구소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서 펀딩을 받게 된다”며 “학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를 하면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막스플랑크협회는 10년 전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펀딩을 이어오고 있다”며 “대학원생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센터로 물리학·수학·화학·약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을 집중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우수한 학자로 양성하는 것이 연구성과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과학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학생들을 성숙한 연구자로 키우는 것이 기초과학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젊은 과학자를 양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스플랑크협회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특이한 연구 주제를 결합한 연구자를 연구소장으로 임명하는 전통이 있다”며 “미래 기술에 필수적인 신소재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와 같은 연구소에는 차세대 과학자들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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