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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착오적 동일인 지정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자산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과 동일인(총수)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재계 3, 4세대 경영인이 동일인으로 새로 지정된 게 특징이다. 동일인이 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등 법적 책임이 막중해진다. 공정위는 지분율뿐 아니라 지배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한다지만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의 정의가 모호하다. 공정위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행정편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동일인 지정 제도는 30여년 전인 1987년 재벌의 불법적 부의 세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견제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과거처럼 총수의 말 한마디가 그룹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하는 경향이 강한데 총수를 지정해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요즘은 융복합화로 산업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제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든 동일인 지정 기준은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해마다 크고 작은 잡음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를 동일인으로 지정하자 제조업 규제를 정보기술(IT) 분야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삼성·롯데에 이어 올해 한진의 동일인을 공정위가 직권조정한 데 대해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논란도 일었다.



정부는 총수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결정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에 총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30여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시대변화를 반영해 동일인 지정 자체를 없애거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는 사후규제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다. 이제 외국에도 없는 낡은 재벌규제의 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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