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여권에서 야당을 겨냥해 ‘가짜’ 또는 ‘과거’라는 딱지를 붙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반면 자신들에 대해서는 ‘진짜’ ‘미래’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진짜 민생 대장정’ 출정식 뒤 한 피자 체인점에서 첫 행사를 열었다. 정당이 민생현장을 찾아 서민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상대 정당이 하는 일을 무턱대고 비아냥거리는 행태다. 민주당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먼저 시작한 현장 방문을 ‘가짜’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은 “한국당의 민생투쟁 대장정은 대권을 위한 밥그릇 투쟁 대장정”이라고 꼬집었다. 황 대표의 현장방문이 장외투쟁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들어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내가 하면 진짜, 남이 하면 가짜’라는 ‘내진남가’식 발상은 독선일 뿐이다. 피자 체인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가게 주인들이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도 여당 지도부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진짜 대장정이 맞느냐”는 지적도 받았다고 한다.
여권은 ‘과거 대 미래’의 총선 프레임도 준비하고 있다.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내년 총선은 과거 정당과 미래 정당에 대한 선택”이라고 정리했다. 민주당을 ‘장밋빛 미래’로 그리면서 한국당을 ‘어두운 과거’로 깎아내리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야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적폐청산’을 기치로 전(前) 정권과 야당의 과거를 캐던 여권이 ‘미래’로 옷을 갈아입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악(善惡)의 이분법은 상대를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본다. 이는 국론분열과 무한 대립정치를 낳을 뿐이다. 이낙연 총리가 최근 “정치권에서 상대를 청산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태도”라고 고백한 것을 새겨들어야 한다. ‘내진남가’식 독선적 행태로는 미래를 위한 상생 정치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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