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밀 수출국이자 ‘농업대국’인 호주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의 외국산 밀 수입을 승인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 농림수산부는 캐나다에서 대량의 밀을 들여오는 수입 허가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호주 당국이 외국산 곡물 수입을 승인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2007년 이전에는 2003~2004년, 1994~1995년에 곡물을 수입한 적이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캐나다산 밀을 수입하는 곳은 호주의 곡물가공 회사 마닐드라그룹으로 회사 측도 창립 이후 67년의 역사에서 이 같은 대량수입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수입품을 실은 선박은 앞으로 6~8주 안에 호주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 곡물 수입하나
최근 2년 이어진 기록적 가뭄탓
일부 지역 작황 최대 90% 급감
호주 당국이 10년여 만에 외국산 곡물 수입을 허가한 것은 최근 2년간 이어진 기록적인 가뭄 때문이다. 가뭄 피해로 호주 동부지역이 황폐화하면서 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호주 식량 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머리달링 분지 지역의 지난 2년간 강수량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의 2018~2019년 겨울작물(밀·보리) 생산량은 지난 20년 평균 생산량 대비 20% 떨어진 2,930만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피해가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최대 90%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처럼 가뭄 피해가 커지자 호주 사회에서는 가뭄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호주의 과학자 62명은 호주 총선을 이틀 앞둔 16일 새로 구성될 차기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호주 북부 섬 원주민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만족스럽지 못한 대응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유엔에 진정서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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