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조국은 한국이다(please help me, president, our country South Korea)”
지난 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 세력에 납치 된 후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도움을 호소했던 한국인이 315일 만에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 주모(62)씨가 피랍 315일 만에 한국시간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피랍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리비아 정부는 물론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과 공조해 인질 억류지역 위치 및 신변안전을 확인하면서 석방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또 정 실장은 “지난 2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씨 석방 지원을 약속한 것을 계기로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안전하게 귀환하는 성과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주씨는 현재 현지 공관 보호 아래 UAE 아부다비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으며,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주씨는 현지 병원에서 1차 검진 결과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귀국 후 추가로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주씨 피랍 사건은 지난 해 8월 초 국내에 공개됐다. 당시 사건 공개에 한 달 정도 앞서 우리 정부는 먼저 피랍 사건을 인지했으나 인질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리비아 정부는 초기 비공개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주씨를 비롯해 인질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리비아 유력 언론사 ‘218뉴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지난 해 8월 초 외부에 공개되면서 사건이 공식화했다. 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영어로 “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조국은 한국이다(please help me, president, our country South Korea)”라고 말했다. 동영상에는 인질 주변에 복면을 쓰고 총을 든 괴한이 서 있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이에 청와대는 곧바로 논평을 내고 “그의 조국과 그의 대통령은 결코 그를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납치된 첫날 문 대통령이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안전과 귀환을 위해 리비아 정부 및 필리핀,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그를 납치한 무장단체에 대한 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 리비아 근해로 급파돼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리비아에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한 특사를 파견했고, 리비아 정부도 인질 사건 해결을 위해 부총리가 지휘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트리폴리 현지 한국 외교관들과 함께 공동 대응해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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