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관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약 720억달러(약 86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년래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지난 2017년 대대적인 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관세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관세전쟁 여파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감세정책 효과도 상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경제매체 CN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올린 수입이 GDP 대비 0.34%에 달해 지난 1993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효과도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입은 두 전임 대통령인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정부의 증세 효과와 비교했을 때보다도 오히려 많은 수준이다. 증세를 통한 복지를 기조로 했던 민주당 출신 대통령 때보다 오히려 세금을 많이 걷었다는 뜻이다. 특히 각 정권의 세제개혁법 실시 첫해에 증세로 걷은 추가 세수와 비교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입은 1993년(0.36%)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예산을 짰던 1993년에 연 소득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비율을 최고 39.6%로 인상한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오바마케어)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2010년 3.8%의 투자수입세 등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파격적인 감세정책을 폈지만 고율 관세정책으로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세금정책 연구기관 ‘택스파운데이션’의 카일 포멀루 수석연구원은 분석 결과에 대해 “역사 전체로 봤을 때는 아니지만 20여년의 기간을 봤을 때는 대규모 세수 확대 사례에 올라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내는 것이 미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들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부담이 결국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사실상 증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무역업자들의 납세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소비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거래 금지 리스트에 올리자 퀄컴(-4%), 마이크론(-2.9%)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공급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미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브렛 빅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지만 고율 관세는 결국 우리 소비자들에 가격 상승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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