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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컴백하는 7080세대 가수들, 콘서트장 매진이지만 신곡엔 시큰둥

7080세대 가수 살아나기 위해서는 추억팔이 대신 새로운 도전 필요

7080세대가 사랑했던 가수들의 귀환이 음악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올해 ‘음유 시인’ 정태춘·박은옥은 데뷔 4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신곡을 내고 전국 투어를 펼쳤다. 올 3월 그룹 ‘산울림’ 출신 김창완과 ‘쎄시봉’ 출신의 김세환이 앨범을 새로 발매했다. 역시 ‘쎄시봉’ 출신의 이장희는 올해 6년 만에 서울 공연을 펼쳤다. ‘엔카의 여왕’ 계은숙도 30년 만에 국내에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하지만 아무리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라도 예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7080세대들이 자신들의 젊은 추억을 찾아 콘서트장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신곡은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음악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형성된 돼 있는데다 7080 세대들의 문화적 취향도 세월이 흐르면서 약간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 명성에다 음악성마저 갖추고 있어 새로운 감각만 보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태춘 새 앨범 ‘사람들 2019’/사진제공=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컴백 자체로 화제지만 신곡 성공은 쉽지 않아= 7080세대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하며 20대를 보낸 세대를 뜻한다. 현재 50~60대들이다. 이들은 음악 시장에서 소외돼 있지만 문화적 소비 욕구는 아직 크다. 이들에게 청춘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가수들의 컴백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정태춘·박은옥의 경우 영화·문학·미술 등의 분야에서 144명이 모여 데뷔 40주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서 보는 그의 모습에 많은 팬들은 열광했고, 전국투어 공연이 거듭 매진되며 추가 공연이 결정되기도 했다. ‘한잔의 추억’ ‘그건 너’ 등으로 사랑받은 이장희는 올해 6년 만에 서울에서 펼치는 공연이자 두 번째 전국 투어로 팬들을 다시 찾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7080 가수들의 신곡도 줄을 잇고 있다. 정태춘·박은옥 부부는 7년 만에 낸 새 앨범 ‘사람들 2019’에는 신곡 ‘외연도에서’와 ‘연남, 봄 날’을 실었다. 지난 15일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정규앨범을 발매한 계은숙은 기존에 추구한 엔카·발라드 장르에서 벗어나 강한 느낌의 팝 음악을 선보였다. 김세환은 지난 3월 새 음반 ‘올드 앤 뉴’(Old&New)로 돌아왔다. 2000년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리멤버’ 이후 19년 만에 낸 음반에서 ‘사랑이 무엇이냐’라는 곡으로 트로트에 처음 도전했다. ‘산울림’ 출신 김창완도 지난 3월 싱글 ‘사랑해요’를 발매했다.

하지만 이들은 컴백 이후 콘서트장은 매진 행렬을 빚고 있지만 신곡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한국 음악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옛날 가수’의 신곡이 달라진 시대적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옛날 가수들이 나온다고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니다“며 “중장년층도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라도 신곡을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선호하는 콘텐츠가 확실히 있다”고 평가했다.



가수 계은숙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정규앨범 ‘리:버스(Re:Birth)’발매 미디어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7080 가수들의 잠재력은 여전…새로운 시도·유튜브가 기회 될까= 전문가들은 7080 가수의 본류는 아니지만 ‘엔카의 여왕’ 김연자에 성공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아모르파티’는 역주행의 역주행을 거듭하며 10대부터 중장년까지 전 세대에 걸쳐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장윤정의 ‘어머나’ 처럼 트로트 음악 시장 전반의 활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도 “하나의 음악 물결은 아니더라도 ‘재미 특수’라는 특별 수요는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도 “옛날 가수도 신곡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모델을 보여줬다”며 “다른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줘서 신곡을 선보여야겠다는 독려를 이끌 수 있다”고 평가했다.

7080세대 가수들이 단순히 복고 컨셉트를 내세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새로운 감성을 덧입히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100세 시대인만큼 요즘 중장년층도 젊고, 트렌디하게 살고 싶어한다”며 “‘아모르파티’는 트로트지만 ‘연애는 필수’와 같은 가사가 눈에 띄고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라고 말했다.

이럼 점에서 조용필의 선례는 본받을만하다. 2013년 조용필의 19집에 수록된 곡 ‘헬로’(Hello)와 ‘바운스’(Bounce) 등은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으면서 신구 세대 통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국민 가수, 국민 아이돌, 국민가요라고 하는데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새로운 노래가 제게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예전보다 앨범을 내는 속도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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