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9주년인 1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맞부딪혔다. 진보·보수 단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집회를 열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기는 했지만 양 진영 간에 눈에 띄는 충돌은 없었다. 길에서 마주친 일부 회원들끼리 가벼운 욕설을 던진 경우도 있었으나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금남로에는 양측이 충돌할 상황에 대비해 1,000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됐다. 금남로의 한 카페에 근무하는 신모(33)씨는 유리문을 통해 가게 밖을 바라보며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는 것 같다”며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조합원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39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5·18 역사를 왜곡한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대회가 끝난 후 금남로 일대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한국당과 보수단체 등 5·18을 민중항쟁이 아닌 폭동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세력이 여전히 많다”며 “다시는 끔찍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고 광주 정신을 계승해야겠다는 생각에 모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금남로의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연대를 비롯해 자유대한호국단과 턴라이트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가짜 5·18 유공자를 조속히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5·18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5·18유공자 공적조서 공개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는 팻말도 눈에 띄었다.
이날 보수단체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1,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집회 발언자들은 “5·18 유공자 가운데는 당시 광주에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가짜 유공자”라고 주장했다. 발언자 중 한 명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5·18 당시 광주에 없었던 이 대표가 유공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 진짜 유공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5·18 때 광주에 오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유공자로 지정되는 건 당시 민주화에 힘썼던 전라도민들을 역차별하는 처사”라며 “가짜 유공자들에게도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광주=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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