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제가 늘 오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죠. 일본이나 동남아에서만 공연해봤다는 밴드가 있으면 꼭 한국에 가보라고 권합니다.”
영국 국민 밴드 오아시스(Oasis) 출신의 보컬 노엘 갤러거(사진)는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처럼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9·2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내한 공연을 열었다. 당초 19일 하루만 공연 예정이었지만 예매 표가 매진되면서 하루 연장했다. 갤러거의 단독 내한 공연은 벌써 네 번째다.
그동안 그는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는 한국 팬들의 ‘떼창’에 매료돼 한국 공연의 감동을 적극 표현해왔다. 이날도 그는 “한국인들은 유럽의 아일랜드인들 같은 느낌”이라며 “위대한 정신(great spirit)을 가지고 있으면서 노래를 좋아하고, 정서가 아주 깊은, 그리고 조금 미친(crazy) 사람들인 거 같다”고 말했다. 갤러거는 한국 팬들의 열광에 고무돼 19일 공연에서 평소 잘 부르지 않던 오아시스 시절의 히트곡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오는 29일 갤러거 생일을 앞두고 한국 팬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그는 “생일 즈음에 한국에 오는 것은 벌써 세 번째인데 우연히 그렇게 공연이 잡힌 것”이라며 “너무 감사하고, 쿨하고 좋은 일이다. 다른 나라였다면 제 생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방탄소년단(BT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갤러거는 “나는 BTS를 모른다. K팝은 시리얼 이름 같다”면서도 “한국의 보이 밴드가 영국인들 앞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아시스는 1991 결성돼 브릿팝의 부흥을 이끈 밴드다. 발표한 정규 앨범 7장 모두 발매와 동시에 영국 차트 1위에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7,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원더월(Wonderwall)’,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등 수많은 명곡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두 형제의 불화로 인해 지난 2009년 해체됐다. 이후 이들은 각각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와 비디 아이(Beady Eye)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 새로운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갤러거는 오아시스의 재결합 여부에 대해 “노(No)”라며 “30주년 기념 재결합도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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