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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장률 OECD 2위라더니 꼴찌라니

우리나라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가운데 꼴찌가 됐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 등 주요국이 선방한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일본은 1·4분기 성장률이 0.5%로 2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미국은 0.8%로 깜짝 놀랄 만한 반등세를 기록했다. 1·4분기 성장률 성적이 최악을 기록한 데는 수출과 투자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수출은 이달을 포함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꺾인 후 살아날 조짐이 없고 이를 대체할 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력 제조업 가운데 투자가 상승 국면을 보이는 산업은 없으며 개선될 가능성도 작다고 진단했다.

성장률은 이번 1·4분기에만 일시적으로 낮아진 것이 아니다. 2·4분기 이후 다소 오르기는 하겠지만 연간 기준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는 연구기관이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은 달나라 청와대와 정부인 양 딴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한 대담에서 “G20 국가나 OECD 국가 중 한국은 상당히 고성장”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때 ‘30-50클럽(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7개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는 지난해 얘기였을 뿐이다. 올 들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해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악인 것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엄중한 경제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타개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개발연구원은 2020년대에는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간다며 규제 개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2%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꿔 말하면 법제와 재산권 보호, 금융·노동·기업활동 규제 등 경직적인 제도만 바꿔도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소득주도 성장 등 이미 문제가 드러난 경제정책은 수정하고 규제 개혁에 매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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