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본지가 지난해 1월부터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여경 관련 청원은 총 610건에 달했다. 대부분 청원은 현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을 비판하면서 여경 문제를 포함시켰다. 이 중 여경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경찰 방침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178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현장에서 여경의 대응이 미숙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가령 지난해 10월1일 게시된 청원에서는 “차량 사고가 나서 환자를 빼내야 하는데 여경이 네 명이나 가서 힘이 없으니까 일반 시민들이 돕는 게 정상적인 경찰인가”라며 여경의 체력을 문제 삼는 식이다. 이외에도 여경의 체력시험 기준 상향 등 현장 대응력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여경 논란’이 단순히 경찰로서의 자질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혐 정서와도 맥을 같이한다고 지적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지능형 범죄 수사 등 힘을 쓰지 않는 수사 비중이 늘고 있다”며 “끊이지 않는 여경 논란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여혐 시각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여경 확대는 자연스러운 추세로 자리 잡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0%에 불과하던 여경 비율은 올 3월 기준으로 11.3%까지 늘었다. 전체 여경 중 일선 파출소에서 순찰 업무를 담당하는 비율도 14%대까지 확대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육체적 힘이 부족하다는 등의 인식은 편견”이라며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여경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을지연습 준비 보고 회의에서 “해당 여성 경찰관이 역할을 다했다”며 해당 논란을 일축했다. 원 청장은 이어 “‘비례의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경우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면서 일선 경찰의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를 당부했다. /서종갑·이희조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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